방역·격리·수송…해외 명마 모시기 ‘007 작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18일 05시 45분


해외 원정 경주마는 긴 수송시간과 낯선 환경 적응에 부담이 크다. 제2회 코리아컵 국제경주를 앞둔 한국마사회는 이러한 경주마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안전관리를 위해 철저한 방역과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해외 원정 경주마는 긴 수송시간과 낯선 환경 적응에 부담이 크다. 제2회 코리아컵 국제경주를 앞둔 한국마사회는 이러한 경주마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안전관리를 위해 철저한 방역과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내달 10일 코리아컵…해외 경주마들 방한
입국 동시에 방역…국가별 6구획으로 격리
마사회, 수송·시설·관리용품 전방위 지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외국인의 한국 체험기를 다룬 TV 예능프로그램처럼 외국 경주마들이 한국에 온다. 한국경마 최고의 축제, 성큼 다가온 제2회 코리아컵(GI) 국제경주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9월10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일본 싱가포르 UAE 홍콩 영국 프랑스 아일랜드 미국 등 초청국 경주마들이 한국땅을 밟는다. 1800m 장거리 경주인 코리아컵 상금은 10억원, 1200m 단거리 경주 코리아스프린트 상금은 7억원으로 도합 17억원 상금이 걸린 한국경마 최고 규모의 국제 경주다. 외국에서 온 비싼 몸값의 경주마들을 잘 관리하기 위한 준비도 한창이다.

● 철저한 방역…입국 순간부터 사수하라

한국마사회는 초청한 경주마들이 좋은 경주를 펼칠 수 있도록 관리에 만전 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첫 번째로 꼽는 것은 방역. 위생 환경이 각기 다른 국가에서 경주마들이 오기 때문에 전염병이 발생하거나 바이러스에 취약할 수 있다.

입국하는 순간부터 철저한 관리에 들어간다. 외국에서 오는 코리아컵 출전 경주마들은 수출·입 검역시행장을 나라별로 다르게 지정됐다. 국가검역당국 검역관의 승인 없이는 말도 사람도 출입을 금지한다. 정해진 구획별로 국제검역마사를 분리하고, 놀이 운동이나 조교 시에도 각 구획별로 시간대를 나눴다.

한국마사회는 출전 경주마나 말 관계자들이 서로 접촉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영국·프랑스·아일랜드 등 같은 유럽군을 1구획으로 묶고,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의 국가도 따로 분류해 참가국을 모두 6구획으로 나눠 격리한다. 코리아컵 출전 경주마의 최종 확정은 8월말에나 이뤄지지만, 미리 구획을 나누고 준비해야 국제검역마사의 원활한 운영이 가능하다. 한국마사회 방역관리담당 임형호 차장은 “각 구획마다 방역 물품이나 설비, 국가당국 지정승인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며 준비에 한창이다.

● 최상 컨디션 위해…아낌없이 지원하라

동물 중에서도 섬세하기로 소문난 말에게 긴 수송시간과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해외 원정 경주는 큰 부담이다. 수송 스트레스가 심할 경우 수송열 등 질병에 걸릴 수도 있다. 보통은 수액 처치 등 집중치료를 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 3일 전인 최종 출전 신청 전까지 회복하지 못하면 경주에 참가하지 못한다.

말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는 국제경주 개최국의 노력은 눈물겹다. 한국마사회는 코리아컵 참가 경주마의 수송비용과 시설을 지원할 뿐 아니라, 마장구를 제외한 모든 말 관리 및 마사 관리용품을 지급한다. 스펀지·브러시 등 말의 수장 도구부터 사료, 깔짚, 마장구 세척을 위한 세탁기와 냉장고 등의 편의시설도 포함된다. 물론 참가국에 따라 개별적으로 준비한 것을 사용할 수도 있다. 다만 특별히 공급하고 싶은 영양제나 약품이 있다면 경마수의담당관에게, 사료첨가제는 서울경주자원관리부의 사료첨가제 담당자에게 사전 신고해 사용 가능 여부를 통보받아야 한다.

필요하면 별도의 마사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는데 요구하는 서비스 수준이 모두 다르다. 한 국가에게만 특정 서비스를 제공했다가 이후 다른 참가국도 비슷한 요청을 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지난해 일본이 경주마의 물갈이 설사를 우려해 말에게 쓸 생수를 요청한 적이 있다. 말에게 필요한 생수 양이 워낙 많아 상당한 예산이 소모됐다. 당시 관계자들은 혹시 다른 나라도 생수 제공 서비스를 요청할까 조마조마 마음을 졸였다는 후문이다.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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