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서 갓 수확해 차린 자연밥상… ‘농가 맛집’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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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둔 보석같은 향토 음식점

직접 기른 표고버섯으로 만든 향토 요리와 강된장 비슷한 된장의 일종인 ‘뽁작장’, 돼지감자를 넣은 수제비, 그리고 밖에 나가면 지천으로 널린 제철 산야초로 만드는 비빔밥…. 줄 서서 먹는 서울 시내 맛집 얘기가 아니다. 예약해서 찾아가 자연과 함께 즐기는 ‘농가 맛집’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이다. 맛뿐 아니라 건강도 함께 먹을 수 있다는 점은 덤이다.

농장에서 직접 생산한 식재료를 가지고 그 자리에서 요리해 주는 농가 맛집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한국식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인 셈이다. 팜 투 테이블은 농장에서 갓 수확한 식재료를 곧바로 식탁 위에 올리는 식문화 트렌드를 일컫는다. 안전하고 신선한 식재료, 간결한 유통 과정을 통해 음식으로 맛과 건강, 환경까지 챙기려는 소비자의 고민에 대한 해답이다. 농가는 식재료 생산을 식당뿐 아니라 농촌체험, 민박 등으로 연결하는 6차산업화를 구현하고 있다.

신선한 재료로 만든, 정성이 깃든 요리를 대접받고 싶다면 농가 맛집은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다만 당일 사용할 분량만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애써 찾아가도 먹지 못하는 낭패를 겪을 수 있다는 점은 기억하자.

○ 맛과 건강을 함께 먹는다


강원 횡성 오음산 자락에 자리 잡은 ‘오음산 산야초밥상’은 이름 그대로 산야초, 콩 등으로 만든 한식을 한 상 차려내는 곳이다. 주인장은 특별한 조리법 대신 계절마다 산자락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나물이 본연의 향과 맛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게 살짝 무쳐 놓은 뒤 취향대로 비벼 먹도록 한다. 메뉴판은 없다. 매일 아침 새로 만드는 손두부와 도토리묵, 주인장이 직접 채취한 제철 나물에 들기름, 발효 소스, 강원도 전통장으로 비벼낸 비빔밥 등이 나오는 산야초정식이 유일한 메뉴이기 때문이다.

요강바위를 비롯해 기묘한 모양으로 파인 바위들이 늘어선 전북 순창 섬진강변엔 20년이 넘은 한식당 ‘장구목 가든’이 있다. 이름은 고깃집 같지만 실상 이곳에서 대접하는 건 산야초 자연밥상과 향긋한 꽃차다. 주인장인 이정순 대표가 직접 산에서 캔 산야초와 나물, 들꽃 등을 버무려 한 상 가득 내놓는 반찬은 향은 물론이고 맛과 색깔도 일품이다. 먹으면 약이 되는 밥상을 차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는 음식은 도시의 유명 레스토랑에 견줘도 손색이 없다. 대표 메뉴는 주인장이 그날그날 채취한 꽃과 나물을 담아내는 산소리 자연밥상, 동자개(일명 빠가사리), 메기, 민물새우를 주재료로 한 매운탕이다.

○ 장인의 손맛이 그립다면

경기 양평의 ‘광이원’은 한국 향토음식의 근간인 발효 장류를 20년 이상 연구한 이종학 대표가 운영한다. 대표 메뉴는 이름이 다소 생소한 ‘뽁작장정식’. 이 대표가 직접 개발하고 담근 ‘뽁작장’은 강된장처럼 밥에 비벼 먹는 된장의 한 종류다. 일반 된장과 달리 멸치와 다시마로 낸 육수에 감자, 양파, 애호박 등 각종 채소를 싹둑싹둑 썰어 넣고, 다시 여러 재료를 함께 볶아 만들어 짠맛이 덜하고 특유의 향이 난다. 한 상 가득 나오는 제철 반찬과 함께 먹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경기 여주 오갑산 기슭의 ‘토리샘’은 향토음식 전문가인 김덕수 대표가 운영하는 농가 맛집. 신선한 자연 그대로의 맛을 내기 위해 텃밭과 산기슭에 자생하는 풀을 아침에 채취해 산나물로 만들어 당일 식재료로 쓴다. 국내산 삼겹살을 참나무 장작으로 구운 바비큐와 함께 계절별 산채나물, 오가피, 두릅, 인삼꽃, 마늘 등 다양한 장아찌로 차린 토리 뜰정식을 자연 풍경을 감상하며 맛볼 수 있다.

○ 테마가 있는 맛집

충남 예산에서 ‘가야수라간’을 운영하는 유근영 이혜영 씨 부부는 도시에서 생활을 하다 농촌으로 내려온 귀농 부부. 표고버섯을 가꾸다 이제는 농장에서 갓 딴 표고를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농가 맛집을 겸하고 있다. 표고탕수육, 표고우엉잡채, 표고버섯양갱 등이 대표 메뉴로 과거 궁중음식의 주요 식재료로 사용되던 표고버섯을 활용해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화학조미료 대신 표고가루를 사용하고, 건표고를 달인 물로 밥과 차를 만드는 이곳에서는 오랫동안 표고버섯을 가꾸고 연구하며 터득한 농부의 지혜를 음식으로 맛볼 수 있다.

전남 순천의 ‘덕동원’은 당뇨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돼지감자를 된장, 고추장, 수제비 반죽 등 모든 요리와 양념 곳곳에 활용해 음식의 향을 돋우는 게 특징이다. 특히 원추리, 고사리, 엉겅퀴를 돼지감자 된장과 함께 끓여내는 ‘산야초국’은 자연 한 상 차림에서도 유독 끌리는 별미다. 대부분의 식재료는 직접 농사로 충당하고 있다. 귀농귀촌학교장이기도 한 안기옥 대표는 100여 가지 산야초 발효 진액을 이용한 저염식자연한상, 돼지감자를 활용한 자염, 조청, 차 등 건강식을 개발하고 있다.

충남 공주의 ‘미마지’는 청송 심씨 가문의 전통 상차림을 그대로 만나는 농가 맛집이다. 대표 메뉴는 명절이나 집안 제사 때 손님에게 대접하던 음식을 간소화한 소민전골정식, 연잎밥상, 지역 특산물인 밤을 활용한 다채로운 반찬이 인상적인 밤나무아래정식 등이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향토 요리#농가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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