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편의점만 배불리는 PB상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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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유통업체 매출비중 1%P 늘때 제조업체 대기업 매출 11억 줄고… ‘하청’ 소상공인 낙수효과도 작아”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업체가 직접 발주해 생산하는 자체브랜드(PB) 비중이 늘어날수록 제조업체보다 유통업체의 이익만 늘어난다는 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국내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취급하는 PB상품의 비중은 20∼30% 수준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16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보고서 ‘PB상품 전성시대, 성장의 과실은 누구에게로 갔나?’에 따르면 유통업체의 PB제품 매출 비중이 1%포인트 늘어날 경우 유통점포의 평균 매출액은 2230만 원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제조업체 1000곳을 대상으로 똑같은 설문을 진행한 결과 대기업(매출액 10억9000만 원 감소)과 중소기업(7000만 원 감소)의 매출은 줄어들고, 소상공인(2000만 원 증가)의 매출은 소폭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KDI에 따르면 유통업체 PB상품 제조로 매출이 늘어나는 소상공인 역시 최종적으로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니다. 소상공인이 제품을 자체 제조할 경우 유통업체에 주는 평균 유통마진이 30.0%지만 PB상품의 경우엔 33.9%까지 늘어난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진국 KDI 연구위원은 “소상공인의 유통마진율 상승은 이들이 처한 유통업체와의 지위 불균형 때문에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PB 시장 확대로 하청 제조업체가 이익을 보게 된다는 이른바 ‘낙수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PB상품은 출시 자체가 유통업체의 영향력 증대를 상징한다. 유통업체가 기획한 대로 제품 생산과 상표 부착 등이 이뤄지고, 제조업체는 생산만 담당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KDI 설문에서 PB상품 납품업체 309곳 가운데 30곳(9.7%)이 “유통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국내에서는 이마트 ‘노브랜드’, 롯데마트 ‘와이즐렉’ 등이 대표적인 PB 브랜드다. 2015년 기준 국내 대형마트 PB 매출 비중은 19∼26% 수준이며 일부 편의점 업체는 3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자체브랜드#pb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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