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 파견-도급 2300명 정규직 전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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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최초 ‘외주→직접채용’… 외주계약 끝나는 내년말까지 완료
업계 “계산원 등 파견직 많은 특성상 현대백화점 사례, 파급효과 클 것”

현대백화점그룹이 파견 및 도급직 직원 2300여 명을 자사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유통업계에서 새 정부 들어 파견 직원을 원청회사의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현대백화점그룹이 처음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16일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등 계열사에서 일하는 파견회사 직원 2300여 명을 자사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백화점그룹이 작년 한 해 동안 뽑은 신규 채용 인원 2340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과 상생 협력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계열사별로 정규직 전환 규모는 현대백화점이 가장 많다. 백화점 매장에서 회원 상담 업무 등 고객과 밀접하게 일하는 직군, 사무보조 직군 등 1400여 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현재 현대백화점에서 일하는 파견 및 도급직 직원(소속 외 근로자) 수는 올해 3월 기준으로 4235명이다.

외식 및 식자재 사업을 운영하는 현대그린푸드는 판매 인력 등 70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현대홈쇼핑 등 다른 계열사에서도 약 200명이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파견 및 도급 회사와 계약이 끝나는 대로 이 회사 소속 직원들을 현대백화점그룹의 정규직 직원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보통 1년 단위 계약이라 내년 말이면 2300여 명의 정규직 전환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파견 및 도급직 직원을 뜻하는 소속 외 근로자를 비정규직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재계와 노동계는 논쟁을 벌여왔다. 재계에서는 “기업은 핵심 업무를 맡고 비핵심 업무는 아웃소싱하는 게 세계적 트렌드”라고 주장해 온 데 반해 노동계에서는 “사실상 원청회사 업무인데 외주를 통해 비용을 줄이려 한다”며 반발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당선 직후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발표하면서 파견직 역시 비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게 됐다. 대기업 중에서는 SK브로드밴드가 파견 직원의 정규직 전환의 출발선을 끊었다. 인터넷설치기사 등 협력업체 직원 5000여 명을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하기로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 매장에는 계산원, 상담원, 납품업체 판매직원 등 파견 직군이 제조업에 비해 많은 편이다. 현대백화점이 이들을 비정규직으로 보고 정규직 전환을 선언한 만큼 향후 다른 업체들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2000년대 초반 경영 효율화를 위해 외주를 늘리면서 그 비중이 경쟁사 대비 높은 편이었다. 소속 외 근로자 수가 소속 근로자 수의 두 배가량 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최근의 시대정신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고용 안정을 보장함으로써 성장을 꾀하겠다는 쪽으로 경영 방침을 이동한 셈”이라고 말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이 최근 그룹 전략회의에서 “임직원은 내부 고객이다. 내부 고객의 만족도가 높아지면 기업 성장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그룹 차원에서 향후 3년 내 비정규직 1만 명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 중이다. 신세계그룹은 2007년 이마트와 백화점의 비정규직 직원 5000여 명을 정규직화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향후 파견 및 도급 직원을 어느 정도까지 자사 정규직으로 전환할지 회사별로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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