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중국파, 미워도 다시 한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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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태용호 김영권 등 3명 승선… MF 정우영-권경원도 수비 능해
21일 조기소집해 조직력 다지기… 이번엔 ‘현지화 논란’ 깰지 관심

골을 아무리 넣어도 실점이 더 많으면 진다.

‘공격 축구’ 이미지가 강했던 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47)도 이를 잘 알고 있다. “1골로 이길 수 있는 축구를 하겠다”고 선언한 그는 14일 26명의 ‘신태용호 1기 명단’을 발표하면서 수비 라인에 많은 신경을 썼다. 중국으로 가서 슈퍼리그 경기를 관전한 것도 수비 자원을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서였다.

수비 불안은 대표팀의 고질적인 약점이었다. 한국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8경기를 치르는 동안 11골을 넣고 10골을 허용했다. A조 6개 팀 가운데 득점이 가장 많지만 실점도 5위에 처져 있는 카타르와 함께 공동 1위다. 반면 A조 1위(승점 20·6승 2무) 이란은 경이로운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2위 한국(승점 13·4승 1무 3패)을 턱밑에서 위협하고 있는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4승 4패)도 6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 축구의 운명이 걸린 9, 10차전 상대는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이다.

신 감독이 수비 강화를 위해 내건 카드는 ‘중국화 논란’에 대한 정면 돌파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은 “중국에서 뛰니 중국 수준이 돼 수비를 망치고 있다”고 비난을 받은 중국 슈퍼리그 소속 선수들을 중용했다. 하지만 슈틸리케 전 감독조차 중국, 시리아와의 최종예선 6, 7차전 때 중국파 4명을 선발했다가 기대에 못 미치자 카타르와의 8차전을 앞두고는 2명만 뽑았는데 신 감독은 이를 5명으로 늘렸다. 그는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의 기량은 훌륭하다. 그런 선수라 비싼 몸값을 주고 데려간 것”이라며 믿음을 보였다. 신 감독의 ‘믿는 구석’은 슈퍼리그 선수들도 조기 소집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애초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른 28일이 아니라 21일에 K리그 선수들과 함께 소집하면 이란과 9차전(31일)을 치를 때까지 열흘 정도 손발을 맞추며 그가 강조하는 ‘수비 조직력’을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명단에 오른 수비수는 8명. 포백을 기준으로 중앙 수비 자원으로는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김기희(상하이 선화), 김주영(허베이 화샤), 김민재(전북)가 포함됐다. 미드필더 자원으로 선발했지만 정우영(충칭 리판)과 권경원(톈진 취안젠)도 중앙 수비에 능하기에 사실상 중국파 5명 전원이 수비 자원인 셈이다. 신 감독은 왼쪽 풀백에는 김진수(전북)와 김민우(수원), 오른쪽 풀백에는 최철순(전북)과 고요한(서울)을 뽑아 경쟁하게 했다. 측면 수비는 K리그, 중앙은 슈퍼리그 선수들이 맡는 구도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신 감독은 누구보다 K리그를 잘 안다. 중국파 없이 수비진을 완성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김민재가 두각을 나타내면 중앙 수비에 중국파가 줄어들 것이다. 중요한 건 소집 기간 동안 신 감독이 추구하는 대표팀 전술에 완전히 녹아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수비 조직력이 훈련을 통해 완성되지 않을 경우 K리그 클래식 1위 전북의 수비 3인방 김진수 김민재 최철순에 1명을 추가해 포백 라인을 그릴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수비는 개인 능력보다 유기적인 움직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김영권#신태용 감독#축구대표팀 수비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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