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구자룡]‘사드 보복’엔 말없는 美-中… 한국만 덤터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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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위기론]美, 中 사드보복에 정면대응 회피… 中, 美에 항의 않고 한국만 때려

구자룡·국제부
구자룡·국제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중국과의 무역 마찰을 불사하고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를 지시한 것은 그만큼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이 말로만 북한을 압박한다고 비판했지만 미국도 별 차이가 없었다. 대북제재에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하면서도 중국을 강하게 몰아붙이진 않았다. 중국과 무역 마찰을 빚으면 자국도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미뤄왔던 무역전쟁 카드를 꺼내들면서 북핵 압박을 놓고 미중 간 치열한 싸움이 시작됐다. 미국은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덤핑 수출, 나아가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과 금융기관 제재)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중국은 무역전쟁도 불사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미국이 2대 경제대국 중국과의 무역전쟁까지 감수하기로 한 것은 지난달 두 차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 발사 등으로 북한 핵·미사일의 미국 본토 위협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미국이 경북 성주에 배치를 추진 중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북한의 ICBM을 가장 먼저 탐지해 요격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그런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이 한국에 보복을 하는 상황은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사드 배치 속도가 늦어질 듯하자 불만을 나타냈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정면 대응은 피하고 있다. 이제라도 미국은 중국을 향해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은 미국에 대한 보복”이라고 분명하게 경고해야 한다.

중국 역시 사드 반대 이유로 ‘미중 간 핵전략 균형이 무너진다’고 주장하면서도 미국에는 별다른 항의를 하지 않고 있다. 사드를 운용할 미국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부지를 제공한 한국만 때린다. 중국도 사드가 불만이라면 미국에 대해서도 관광 중단 등 보복에 나서겠다고 해야 한다.

사드 보복에 대해 미중 모두 정면으로 다루는 것을 피하는 것은 서로의 마찰을 우려한 것이자 한국을 약소국이라고 보는 것이다. 비겁하기는 미중이 마찬가지다.

구자룡·국제부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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