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줄어 빈 교실, 초등교는 공사중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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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마다 활용 아이디어 골몰

“요새는 교장선생님들끼리 모이면 남는 교실을 어떻게 하면 유용하게 쓸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열심히 공유합니다. 안전교육장이나 목공실처럼 독특한 사례도 많더라고요.”

서울 중구 흥인초등학교 김경미 교장은 “학생 수가 줄면서 생기는 여유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요즘 초등학교의 화두”라며 이렇게 말했다. 흥인초는 다음 달부터 중구 예산 7200만 원을 받아 교실 2개 크기의 가상현실(VR) 스포츠교실을 만든다. 입학생이 줄면서 남는 교실은 보건실 등으로 쓰고 그 자리에 실내스포츠 학습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

○ 화두 ‘빈 교실 활용법’

초등·중등교사 선발 인원 축소로 임용고시 준비생들이 집단 반발하는 이면에는 날이 갈수록 비어가는 학교 건물이 있다. 저출산으로 학령(學齡·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인구가 줄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방에서는 오래전부터 문을 닫는 학교가 많지만 인구 1000만의 서울에서도 심상찮은 조짐들이 엿보인다. 유휴 공간 활용 방안을 고민하는 학교가 점점 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서울 강북구 송천초등학교는 1996년 졸업생이 540명이었지만 올해는 100명을 겨우 넘었다. 6학년까지 전체 학급이 80개 반이던 시절 송천초를 다녔다는 김경수 씨(55)는 “일반 교실도 부족해 오전·오후 2부제 수업을 했다”며 “교과별 교실은커녕 강당도 없었다”고 격세지감을 나타냈다. 현재 송천초에는 교실 26개를 제외한 학습공간이 19개나 된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기존 강당 자리에 병설유치원을 만들고 별관에 새 강당을 만드는 공사가 한창이다.

이렇게 비는 시설을 학생이 아닌 주민이나 외부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바꾸기도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성동구 동명초등학교의 폐건물(별관)을 제2서울창의인성교육센터로 바꾸고 있다. 지역 주민들과 학생들에게 문화예술 및 창의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시설이다. 도봉구 방학중학교는 아예 건물 세 동 가운데 한 동을 주민 편의시설로 바꾸기로 했다.

신축 학교는 좀 더 과감하게 접근한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내년에 문을 여는 녹원초등학교는 방과 후 도서관이나 강당 등을 지역주민이 쓸 수 있도록 아예 출입구를 학생과 외부인용으로 구분해 설계했다”고 밝혔다.

○ 초·중학교 8곳 중 7곳 학생 줄어

실제 서울시내 985개 초·중학교 중 866곳(88%·지난해 기준)은 전년 대비 학생 수가 줄거나 그대로였다. 시교육청의 ‘2015∼2016년 연도별 학교현황 통계’를 분석한 결과다. 한 해 동안 줄어든 학생 수는 3만8348명에 이른다. 2015년 초·중학생의 5.4%가 사라진 셈이다. 학생 수 감소율이 가장 큰 강동구에서는 2600명(7.7%)이 줄었다.

그나마 학생이 늘어난 119개교도 자치구별로 쏠림 현상이 심했다. 이른바 교육특구로 불리는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와 양천구가 전체의 39%(46개)를 차지했다. 반면 금천구와 관악구는 학생이 늘어난 학교가 단 한 곳도 없었다.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 교감은 “이제는 초등학교도 경쟁력을 키워 학생을 유치해야 살아남는 시대”라고 토로했다.

학교의 남는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하는 권한은 학교장에게 있다. 저출산이 지속되고 자치구별로 학생 수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지면서 교육당국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내 유휴시설 현황을 조사하고 이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조사 용역을 곧 발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교실#초등교#저출산#인구감소#학생수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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