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어도 번게 아니네”… 웃지 못하는 카드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6개 카드사 상반기 순익 1조2660억
신한, 대손충당금 등 빼면 22.8%↓ 삼성, 배당이익 제외땐 6.6% 줄어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미래 더 우울”
보험사 상반기 순익 5조5144억… “대부분 일시적 요인”… 본업엔 손실

올해 상반기(1∼6월) 카드 보험사 등 금융회사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금융권의 수익 증가에는 일회성 요인들이 크게 작용했고, 이들의 핵심 수익 기반인 영업이익은 오히려 정체되거나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 순익 늘었다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삼성 KB국민 현대 우리 하나 등 국내 6개 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266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8887억 원)보다 42% 늘어난 것이다. 업계 1위 신한카드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77.8% 증가한 6312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하나카드와 현대카드도 각각 순익이 93.6%, 27.4% 늘었고 삼성카드(14.9%), 우리카드(1.6%)도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일회성 수익을 빼고 보면 이 회사들이 벌어들인 돈은 오히려 작년보다 줄었다. 신한카드의 순익에는 비자카드 매각으로 발생한 이익 800억 원, 충당금 산정방식 변경으로 인한 대손충당금 환급금 2758억 원이 포함됐다. 이를 빼면 전년 동기보다 22.8%나 순익이 감소했다. 삼성카드도 같은 기간 일회성 수익인 르노삼성자동차 배당이익을 제외하면 6.6% 수익이 줄었다.

보험사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금융감독원은 15일 발표한 ‘2017년 상반기 보험회사 경영실적’에서 국내 보험사들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5조5144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조2170억 원(28.3%) 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익 대부분이 채권 등 자산 처분에 따라 생겨났고 핵심 영업기반인 보험 영업에선 오히려 손실을 봤다.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 10곳의 상반기 당기순이익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5% 늘었지만 기록적인 증시 상승세에 의존한 면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 상반기 기록적인 실적을 보인 시중은행들도 지난해 굵직한 기업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며 대손(貸損) 비용이 줄어 반사이익을 거뒀다.

○ 업계, “새로운 수익원 창출 노력”

이에 따라 금융사가 ‘반짝’ 실적에 취해 체질 개선을 소홀히 할 경우 하반기 경영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카드업계의 전망이 어둡다. 이번에 카드사들의 영업성과가 좋지 않았던 것은 정부가 지난해 영세 가맹점이 지불하는 수수료율을 낮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여기에 정부는 최근 낮은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영세·중소 가맹점의 범위마저 크게 늘렸다. 이에 따라 카드업계 전체적으로 총 3500억 원의 연간 수수료 수익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카드사들은 해외 진출, 사업 다각화 등으로 전략을 다변화하고 있다.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해외 진출이다. 하나카드는 이달 8일 자회사를 설립하며 일본에 진출했다. 일본을 찾는 연간 600만 명의 중국인 관광객을 공략할 계획이다. 국민카드는 6월 미국 최대 한인은행과 업무제휴를 맺었고, 신한카드와 우리카드는 최근 미얀마에서 마이크로파이낸싱 사업을 개시했다. 신한카드는 자동차를 결제 수단으로 만드는 스마트 결제 서비스(커넥티드카)의 상용화도 준비하고 있다.

박영석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기가 좋아져서 소비가 늘면 카드나 보험 등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도 커진다”며 “향후 경기가 개선되면 금융사 실적도 장기적으로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모 mo@donga.com·송충현 기자
#카드#순익#신한#삼성#보험사#금융회사#실적#영업이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