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선고 앞둔 삼성 “오너 공백, 대안이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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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초대형IB 사업 제동 등 ‘대주주 리스크’ 현실화에 당혹
신사업 진출-인수합병 올스톱… “유죄땐 해외 영업활동 차질 우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재판이 삼성증권 사업 인허가에 영향에 미칠 줄은 전혀 몰랐고, 대비도 못 했다.”(삼성 금융 계열사 관계자)

삼성은 이달 10일 금융 당국이 삼성증권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사업 진출에 제동을 걸자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금융 당국은 대주주인 이 부회장의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삼성증권의 발행 어음 사업 인가 심사를 보류했다.

15일 삼성 관계자는 “금융 사업은 전반적으로 금융 당국 인허가에 크게 좌우된다”며 “이번 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사업까지 줄줄이 영향을 받게 된다는 신호탄은 아닐지 우려가 크다”고 했다.

이 부회장의 선고 기일(25일)을 앞두고 ‘플랜 B’ 없는 삼성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해 어떠한 선고 결과가 나오든 원고나 피고 측 항소는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이번 소송은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예상보다 길어지는 이 부회장의 공백 속에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금융·물산 등 주요 계열사까지 구심점 없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의 경우 인수합병과 구조조정, 신사업 진출이 올스톱 된 상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평택 반도체 단지 추가 투자를 결정짓긴 했지만 이 역시 시점이 예정보다 늦어졌다”며 “그나마 반도체 투자는 이미 여러 번 반복해 온 정형화된 의사결정인 데다 추가로 필요한 정보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원격으로라도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반도체처럼 이미 잘하고 있는 분야가 아닌 신사업에 대해서는 주춤할 수밖에 없다. 루프페이(모바일결제)·하만(전장) 등으로 이어져 온 삼성전자의 신사업 관련 대형 인수합병은 지난해 말 이후 모두 멈춰 있다. 지난달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1억 달러 규모의 인공지능(AI)벤처펀드를 세우고 자율주행차 시장에 적극 뛰어드는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중국 보아오포럼(3월), 엑소르 이사회(5월),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7월) 등 이 부회장이 매년 개인 자격으로 직접 챙겨오던 해외 네트워크 및 일정들 역시 올해에는 전무한 상태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 부회장 구속 및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그룹의 대표 얼굴로 주요 국내외 VIP들을 접촉하고 있지만 사업과 병행해야 해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유죄를 선고받게 될 경우 지난해 오른 삼성전자 등기이사직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특히 미국 등에서 적용 중인 해외부패방지법에 걸리면 벌금은 물론이고 계약 거부 등으로 영업활동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 내부에선 조직 운영에 공백이 생기는 데 대한 우려도 크다. 특히 올해 초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그동안 그룹에서 주도해 온 계열사 인사 및 감사 등 주요 기능들이 제대로 보완되지 않았다. 삼성 한 계열사 고위 관계자는 “과거엔 미래전략실과 조율하던 중요한 결정을 어떻게 논의할지 고민이 된다”며 “아직은 모두가 많이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삼성은 올해 3월 미래전략실 해체를 발표하며 앞으로 각 사는 대표이사 및 이사회 중심의 자율경영을 한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오랜 기간 그룹 컨트롤타워가 주도해 온 기업 운영 방식이 하루아침에 이사회 중심으로 바뀔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대안 없는 삼성의 고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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