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로 쪼개진 거창국제연극제 내년엔 합쳐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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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두 연극제’ 소득없이 폐막… 관객동원 반토막 나고 이미지 추락
거창군, 범군민 협의기구 출범… “10월까지 공청회 거쳐 최종결론”

지난달 말 경남 거창군 위천면에서 동시에 열린 두 연극제의 홍보 가로기. ‘거창한 여름연극제’와 ‘거창국제연극제’가 교대로 걸려 있어 방문객들이 혼란을 겪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지난달 말 경남 거창군 위천면에서 동시에 열린 두 연극제의 홍보 가로기. ‘거창한 여름연극제’와 ‘거창국제연극제’가 교대로 걸려 있어 방문객들이 혼란을 겪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소는 잃었다. 외양간이나마 고칠 수 있을까.

‘한 지붕 두 연극제’가 돼버린 경남 거창국제연극제 얘기다.

지난달 28일 경남 거창군 위천면 거창연극학교에서 막을 올린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회장 이종일)의 ‘제29회 거창국제연극제(KIFT 2017)’는 6일 폐막했다. 거창군이 출자한 거창문화재단(이사장 양동인 군수)이 올해 개최한 ‘2017 거창한(韓) 여름연극제(GSFT 2017)’도 같은 날 수승대 야외극장에서 열려 최근 끝났다.

올해 처음 연극제가 둘로 쪼개져 열린 폐해는 양측 모두 인정하고 있다. 예술인과 지역주민이 나뉘었고 관객 동원은 실패했다. 이미지도 추락했다.

거창군과 거창문화재단은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의 폐쇄적 운영이 문제의 핵심”이라며 예산과 행정력을 동원해 ‘KIFT 고사(枯死) 작전’을 폈다. 양 군수는 “진흥회가 독자적으로 연극제를 계속 이끌어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까지 내놨다.

진흥회도 “(군에서) 마을 이장과 학생들이 KIFT를 관람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주장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국내외 예술인, 지역 시민단체와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며 ‘옥쇄(玉碎) 작전’으로 맞섰다. 후원도 이어졌다.

원로 연극인 김삼일 대경대 석좌교수(75)는 거창연극학교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KIFT를 알리고 성원했다.

외지 관광객은 물론이고 연극인조차 두 연극제를 혼동한 가운데 ‘따로국밥’은 결국 실패작으로 막을 내렸다. 연인원 최고 15만 명이 관람하던 연극제가 올해는 두 연극제를 합해도 예년의 절반 수준에조차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고 연극제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거창군과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는 각각 연극제 폐막 직후 심각성을 인식하며 새로운 활로 찾기에 나섰다.

진흥회는 우선 거창문화재단의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백지화가 어렵다면 재단 이사장을 군수가 맡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재단의 사업 역시 문화예술단체 지원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흥회 이 회장은 15일 “거창국제연극제의 세계화를 위한 민간 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며 “전담 후원기업을 확보하고 문화축제 펀드를 마련하는 등 후원인과 후원단체를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독자 생존의 길을 찾겠다는 얘기다.

거창군은 연극제의 진로를 논의할 범군민 협의기구인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18일경 첫 회의를 여는 혁신위에는 군 의회, 학계와 예술계, 시민사회단체 등의 관계자 20여 명이 참가한다. 연극제 발전 방안은 물론이고 여름연극제의 폐지부터 두 연극제의 통합까지 모든 사안을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진흥회도 참여시킨다는 방침이다. 진흥회의 조매정 예술감독은 “거창군이 연극제의 발전적인 방안을 논의한다면 혁신위에서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유태정 거창군 문화관광과장은 “무엇보다 군민의 갈등 치유가 급선무”라며 “내년도 예산안 마련 전인 10월까지 군민 공청회를 거쳐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아비뇽’이라 불린 거창국제연극제가 3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하나 된 연극제로 열릴지 예술계 안팎이 큰 관심을 쏟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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