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어서”…선거참패 프랑스 기성 정당들 ‘우울한 여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5일 22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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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공화당과 사회당 등은 전통적으로 3~4주의 긴 여름 바캉스 기간을 늘 분주하게 보내 왔다.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9월에 대비해 전국에 흩어진 활동가와 지지자들의 의견을 모으는 ‘여름학교’를 개설하기 때문이다. 1968년 ‘68혁명’부터 시작된 이 전통은 당원들 간의 소통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해 왔다. 특히 청년들을 이 모임에 많이 참여시켜 새로운 정치인을 발굴해 키우는 장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5월 대선과 6월 총선에서 몰락한 프랑스 기성 정당들은 우울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14일(현지 시간) 이 기성 정당들이 ‘여름학교’를 폐지하거나 축소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6월 총선에서 의석수가 280석에서 29석으로 쪼그라든 사회당은 여름학교 대신 5일 동안 세미나만 열기로 했다.

가장 큰 이유는 돈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무려 1500만 유로(약 202억5000만 원)나 써 당사를 팔아야 할 처지다. 특히 의석수 급감에 따라 국고보조금은 올해 2500만 유로(약 337억 원)에서 내년 700만 유로(약 94억5000만 원)로 크게 줄어들 예정이다.

이번 총선에서 많은 의석을 잃은 공화당 역시 중앙당 차원의 여름학교를 열지 않기로 했다. 대신 각 지역에서 주요 정치인들 위주로 별도의 지지 모임만 갖기로 했다.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전선(FN)은 아예 여름학교를 건너뛰기로 했다. 공식적인 이유는 시간 부족이다. FN 관계자는 “18일까지 대선과 총선 캠페인 회계를 정리해야 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이 역시 자금 부족이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FN은 이번 총선에서 의석수가 약간 늘었지만 워낙 대선 때 진 빚이 많아 허덕이고 있다. 르펜 후보는 이번 대선 때 1240만 유로(약 167억4000만 원)를 지출했다.

반면 그동안 여름학교를 낼 엄두도 못 냈던 극좌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대표 장뤼크 멜랑숑)는 대선과 총선에서 선전한 기세를 이어 8월 말 마르세유에서 2000명이 넘는 지지자들을 모아 축제 겸 각종 세미나를 개최하기로 했다.

파리=동정민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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