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주마우어’ 넥센 주효상, 신인포수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16일 05시 30분


넥센 주효상은 서울고 3학년 때 본격적으로 포수 마스크를 썼고, 프로 입단 2년째인 올해 1군에서 20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무엇보다 ‘신인 포수에게는 육성기간이 필요하다’는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스포츠동아 DB
넥센 주효상은 서울고 3학년 때 본격적으로 포수 마스크를 썼고, 프로 입단 2년째인 올해 1군에서 20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무엇보다 ‘신인 포수에게는 육성기간이 필요하다’는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스포츠동아 DB
조 마우어(34·미네소타)는 2013년까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공수겸장 포수였다. 2009년 아메리칸리그(AL) 최우수선수(MVP)로 뽑혔고, 3년 연속(2008~2010 시즌) 포수 부문 롤링스 골드글러브의 주인이 되며 공수 양면에서 인정받았다. 수비 부담이 큰 포수로 뛰며 세 차례나(2006·2008·2009) AL 타격왕을 차지했다. 부상 탓에 마스크를 내려놓고 1루수로 전향한 2014년부터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누구도 마우어가 포수로서 이뤄낸 업적을 부정할 수는 없다.

요즘 KBO리그에선 넥센 포수 주효상(20)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데, 한 번 폭발하면 무섭게 몰아치는 공격력과 과감한 투수리드를 보면 ‘주마우어’라는 애칭으로 불려도 이상할 것이 없다. 이제 고졸 2년차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프로에 갓 입단한 포수들이 1군에 자리 잡기 위해선 뼈를 깎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배터리코치 출신인 KIA 김지훈 스카우트팀장도 “포수가 프로에 입단하면 몸 상태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훈련방법을 찾는다. 사실상 기본기 훈련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프로 입단 2년째인 올해부터 확실한 1군 포수로 올라선 주효상은 ‘신인 포수는 육성기간이 필요하다’는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셈이다. 올 시즌에는 주전 안방마님 박동원이 버티고 있을 때도 외국인투수 제이크 브리검의 전담포수로 나섰는데, 2016 시즌 1군 8경기(25.1이닝)와 준플레이오프에서 경험을 쌓은 것도 활약의 밑거름이 됐다.

한 포수 출신 스카우트는 “신인 포수의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새로운 선수들을 파악하는 과정이 정말 중요하기에 곧바로 두각을 나타내기 쉽지 않다”고 우려했는데, 주효상은 2년 만에 한 경기를 온전히 믿고 맡길 수 있는 포수로 성장했다. 올 시즌 200이닝 이상 마스크를 쓴 포수 가운데 25세 이하는 14일 기준으로 유강남(LG·529.1이닝)과 한승택(KIA·212이닝), 주효상(206이닝) 등 3명뿐이다.

넥센 주효상. 스포츠동아DB
넥센 주효상. 스포츠동아DB

● 포수 체질, 넥센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주효상은 서울고 2학년 때까지 외야수와 내야수로 뛰었다. 본격적으로 포수 마스크를 쓴 것은 3학년 때부터다. 타고난 어깨를 자랑했지만, 포수로서 기본기는 부족했다. 끊임없는 노력이 동반되지 않았다면 1군 포수로 정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당시 스카우트팀장이었던 넥센 고형욱 단장은 “(주)효상이는 운동신경이 워낙 좋았다”며 “송구 때 스텝이 원체 빨랐고, 어깨도 강했다. 기본기만 보완하면 됐다. 두뇌회전이 빠르고 욕심이 많아 성장속도가 빠를 것으로 봤다”고 돌아봤다. 주효상은 “일단 경험부터 쌓고 나서 어떤 유형의 포수가 될지 고민해보겠다. 우선 투수가 날 믿고 던질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넥센 주효상. 스포츠동아DB
넥센 주효상. 스포츠동아DB

● “공격도 잘해야 한다”

공격력 향상을 위한 노력도 쉬지 않고 있다. 수비 부담이 큰 포수의 특성상 공격의 약점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주효상의 생각은 달랐다. “최근에 잘 안 맞다 보니 스트레스가 심했다. 코치님들께서 ‘수비만 신경 쓰라’고 말씀하시지만, 공격도 잘해야 한다고 느낀다. 강병식 타격코치님과 함께 훈련하며 조금씩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이는 “공격력이 약한 젊은 포수는 승부처에 대타와 교체된다. 경기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상황에서 마스크를 쓸 기회가 사라지는 셈이니 타격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일본의 명포수 출신 후루타 아쓰야의 타격론과도 일치한다. 주효상은 “많이 치진 못하더라도 득점권에서 한두 개만 쳐주면 팀에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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