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츠페터 부인 만나 위로를’ 제안에… 문재인 대통령 “영화 보며 얘기” 깜짝화답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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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택시운전사’ 관람 뒷얘기

“대통령께서 브람슈테트 여사께 위로 한마디 해주신다면 그분 인생에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난주 영화 ‘택시운전사’의 제작사 ‘더 램프’는 영화 개봉에 맞춰 한국을 찾은 독일 외신기자 고 위르겐 힌츠페터 씨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여사(80)와 문재인 대통령의 만남을 청와대에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문 대통령도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하다 고초를 겪었기 때문이다. 영화사 관계자는 “큰 기대 없이 이 만남만 성사됐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했다”며 “그런데 불과 이틀 만에 ‘이왕 만날 것, 영화도 같이 보며 이야기 나누자’는 화답이 왔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관람 영화로 이 작품을 선택한 것에 대해 “현재의 민주주의가 있기 위해 광주 시민들이 치른 고통을 국민들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힌츠페터 기자에 대해 문 대통령이 느끼는 마음의 빚도 한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부산 인권변호사 시절 힌츠페터 기자가 찍은 5·18민주화운동 영상을 본 후 이 영상이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제작사가 개봉 직전 브람슈테트 여사를 초청한 것이 절묘한 흥행의 한 수(手)가 된 셈이다.

영화계에서는 ‘대통령의 선택’에 따라 대형 배급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택시운전사’는 14일 현재 올해 개봉 영화 중 최다 관객인 800만 명을 넘어섰다. 배급사인 쇼박스 측은 “‘대통령 마케팅’으로 비치는 게 부담스럽다”면서도 “이번 문 대통령의 관람이 영화가 1000만 관객을 향해 가는 시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반면 경쟁작 ‘군함도’는 개봉 초반부터 역사 왜곡과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휩싸이며 아직 손익분기점(700만 관객)도 달성하지 못했고,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침울한 분위기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군함도는 자칫 대통령이나 외교부 장관 등이 나서서 관람했다가는 한일 관계를 경색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만큼 배급사 측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장선희 sun10@donga.com·유근형 기자
#문재인#택시운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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