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 국사편찬위원장 “北도 포함한 현대사 사료총서 낼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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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15일 태어난 조광 국사편찬위원장이 맞는 광복절

“日은 위안부 사료집 냈는데…” 조광 국사편찬위원장이 14일 인터뷰 중 일본 측에서 간행한 위안부 관련 사료집을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사료는 역사적 진실과 미래의 전망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권력”이라며 “그 권력이 올바로 행사되도록 하는 게 국편의 역할”이라고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日은 위안부 사료집 냈는데…” 조광 국사편찬위원장이 14일 인터뷰 중 일본 측에서 간행한 위안부 관련 사료집을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사료는 역사적 진실과 미래의 전망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권력”이라며 “그 권력이 올바로 행사되도록 하는 게 국편의 역할”이라고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는 오늘날의 역사 인식과는 별개로 미래의 역사 서술을 위해 묵묵히 사료를 수집하고 편찬하는 데 힘써야 할 곳이 ‘국사편찬위원회(국편)’다. 14일 동아일보와 만난 조광 국사편찬위원장은 “무엇보다 국편은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편위원장으로 72주년 광복절을 맞는 소감은….

“‘신아구방(新我舊邦·묵은 나라를 새롭게 한다)’이라는 다산 정약용의 말이 생각난다. 해방은 우리나라를 새롭게 만들 수 있는 진정한 계기였다. 지금이라도 각종 사료에 대한 철저한 정리가 요청된다. 2019년 3·1운동 100주년에 맞춰 전국적인 시위정보를 총정리하고, 데이터베이스를 지리정보시스템(GIS)과 연계 구축해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홀대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우리가 어떻게 대우해 왔는가, 그 자체도 역사다. 후손들의 증언을 듣는 구술사 작업을 내년부터 착수할 것이다. 제목은 ‘독립운동가 후손 고생담 사료집’ 정도 될까?”

그에게 해방둥이로서 광복절 소감을 다시 묻자 흥미로운 사연이 이어졌다. “사실 제 생일이 1945년 8월 15일이지만 호적에는 큰아버님이 10일로 잘못 올렸다. 해방 전날 이웃집에 일본군에 징집될 이가 있어 사람들이 모여 슬퍼하고 떠드는 통에 어머니는 진통이 더욱 힘들었다고 한다. 저를 낳은 뒤 끌려갈 뻔한 사람들이 다 집에 돌아왔다며 기뻐했다는 말도 들었다. 허허.”

―일본군 ‘위안부’ 정본 사료집 편찬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유엔이나 중국에서 사료집이 나온다 해도 우리의 시각으로 모으고 비판을 거친 사료집이 필요하다. 사료 수집이 부실하면 역사 서술은 사상누각이다. 국편이 꽤 오래전부터 이 작업에 관심을 뒀고, 지난 위원장님 때부터 착수한 사업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맛에 맞는 역사 서술을 시도하는데….

“권력이 역사를 함부로 갖고 놀지 못하게 하려면 국편부터 독립해야 한다. 이 기사 보고 ‘너무 나갔는데…’라고 생각할 분들도 있겠다.”

―국편은 앞으로 교과서 검정 업무도 맡지 않나.

“국편이 교과서와 무관할 때 설립 목적에 비로소 충실할 수 있다. 2011년 국편이 검정 업무를 맡은 건 교육부 내 국편 담당 부서가 초중등 교육을 관리하는 학교정책실이었다는 단순한 이유가 적지 않게 작용했다. 제가 취임 직후 담당 부서를 대학정책실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국사편찬위원회라는 명칭도 바꿀 생각인가.

“오래된 과제다. 내부적으로 새 명칭 후보를 추려 공청회 등 합의 과정을 거치고 학계의 동의를 받을 예정이다. 과거에는 국립역사원이나 국립한국사료원 등의 명칭이 대안으로 거론됐다고 한다.”

―국가기록원과의 통합에 찬성한다고 했지만 소속 부처가 달라 쉽지 않을 수 있다.

“현대사 사료가 중요한데 해방 이후 사료집이 제대로 편찬되지 못했다. 중요 사료는 비공개로 분류돼 접근 자체가 어려운 것이 상당하다. 많은 국가가 기록 생산 20∼30년만 지나면 사료로 공개하고 있다. 국가기록원과 긴밀하게 협력해 정부 기록을 사료집으로 간행하겠다.”

―취임 후 두 달 동안 일하며 느낀 점은….

“직원들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심적 고통이 컸다. 교과서 편찬이 국편의 일이라고 생각한 연구원은 사실 거의 없다. 국정화를 반대하던 단체들이 교과서 편찬에 관여했던 국편 직원의 ‘인적 청산’을 거론하기도 했지만 직원들은 자진해서가 아니라 상부의 명령을 받고 공무원으로서 일을 한 것뿐이다. ‘국편 명의의 대국민 사과’도 일부에서 권유받았지만, 이것이 다른 국정화 추진 주체들을 면책하는 일로 인식될 수 있다고 판단해 일단 보류하고 있다. 또 국편 연구직이 현재 40여 명인데 태부족이다. 기존 업무 부담이 적지 않아 새 사업 착수가 쉽지 않아 증원이 필요하다.”

―임기 중 ‘이것만은 꼭 이뤄내겠다’는 것은 무엇인가.

“북한까지 포함해 해방 이후 남북한 사료 총서를 내는 것이다. 북한 사료를 평양에 가서 달라고 하면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 등 해외에서 수집할 수 있다. 북한 역사 연구를 위한 사료도 적극 수집해야 한다.”

 
○ 조광 국사편찬위원장
(고려대 명예교수)은 가톨릭사 연구의 권위자이자 조선후기 실학과 사상사 연구, 안중근 의사 연구 등에서 업적을 낸 한국사학계 원로다. 원래 신부가 될 생각으로 가톨릭대 신학과를 졸업했으나 역사 연구로 진로를 틀어 고려대 사학과에 편입한 흔치 않은 이력을 갖고 있다.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와 문과대학장, 한국사상사학회·조선시대사학회·한국사연구회 회장,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조광#국사편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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