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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신석호]북-미 ‘전쟁 공갈’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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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신석호]북-미 ‘전쟁 공갈’의 법칙

신석호 국제부장 입력 2017-08-15 03:00수정 2017-08-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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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호 국제부장
2002년 10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을 자신의 텍사스 목장으로 초대해 대접하며 호소했다. 북한은 핵을 개발하고 있고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부시 대통령의 회고록에 따르면 장 주석은 “북한은 당신(부시)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라고 선을 긋고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2003년 1월 부시 대통령은 다시 장 주석에게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하면 미국은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밖에 없다”고 위협했다. 그래도 중국은 꿈쩍하지 않았다.

한 달 뒤 부시 대통령은 장 주석에게 “외교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미국은 북한에 군사 공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협박을 했다. 중국은 그제야 움직였고 6자회담이 시작됐다. 동맹이론에 나오는 ‘연루의 위험’을 자극한 결과였다. 강한 동맹국(중국)이 약한 동맹국(북한) 때문에 원치 않는 전쟁에 말려드는 위기를 말한다.

15년이 흘렀고 달라진 환경이 많지만 비슷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내뱉고 있는 대북 군사대응론 역시 비슷하다. 북한을 때리겠다는 협박은 사실 중국을 향한 외교적 압박의 메시지라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자신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 초대해 북핵 문제 해결을 부탁했다. 7월 2일 전화통화를 하고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다시 확인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틀 뒤인 7월 4일과 28일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잇달아 발사하고 괌 주변 지역에 대한 타격 연습 계획을 세우겠다는 도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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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옵션을 완전히 장착했다” “화염과 분노” 운운하며 군사적 대응 카드를 들고나오자 시 주석이 먼저 11일 백악관에 전화를 걸었다. ‘연루의 위험’ 자극 작전이 먹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에 나서겠다는 경제보복 카드를 빼들어 베이징을 추가 압박하고 있다.

북한이 괌 포위 타격 훈련을 한다는 것도 공갈일 가능성이 크다. 미사일 4발이 미국 영해 인근에 떨어진다면 미국의 요격은 물론 선제타격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핵미사일 몇 개로 초강대국 미국의 군사력을 막을 수 있는 척 허풍을 떨고 있는 북한의 무력 도발을 국제정치학자 한스 모겐소가 말한 ‘허세정책’이라고 본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2주째 모습을 보이지 않는 김정은은 미국의 군사대응을 피하고서도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기묘한 도발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을 것이다. 그가 각종 핵미사일로 한미동맹에 균열을 내 미국을 한반도에서 쫓아내고 적화통일을 한 뒤 다시 미국과 수교하는 ‘베트남 방식’을 꿈꾸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별론으로 하고 말이다.

요컨대 최근 북-미 간 전쟁불사론의 본질은 ‘정치적 공갈’이다. ‘정치의 마지막 수단으로서의 전쟁’은 아직 현실이 될지 알 수 없는 가상의 일이다. 최근 사설을 통해 ‘트럼프는 하지도 못할 군사대응을 떠들고 다니며 신뢰를 잃지 말라’고 경고했던 뉴욕타임스(NYT)마저 전쟁 시나리오 기사를 싣고 있는 상황이지만 미국발 기사들의 메시지는 비슷하다. 모든 군사 옵션의 성공 가능성은 불확실하지만 이에 따른 피해는 확실하고 너무나 크다는 것이다.

중국이 1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실행에 나서겠다고 발표하기 전날인 13일을 기해 미국 당국자들은 일제히 한반도 전쟁위기설을 진화하고 나섰다. 전쟁이 일어나면 직접 당사자가 될 우리는 만일의 사태를 차분히 대비해야 하지만 계산된 공갈에 지레 겁먹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신석호 국제부장 kyle@donga.com


#조지 w 부시#연루의 위험#트럼프.신진핑#북핵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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