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현의 신간산책] 인체의 5감을 통제하는 뇌, 미래의 6감이 되다 - '감각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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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8월 14일 13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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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변곡점 앞에 서있다. '제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 로봇과 인공지능(AI)의 등장, 모든 것이 데이터화되어 연결되는 세상이 초래할 미래에 인류의 촉각이 곤두서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미래에 관한 예측과 경고 그 사이에서 눈에 띄는 신간이 나왔다.

그렇다. 인간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에는 민감하면서, 정작 우리 존재 자체의 변화는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제목부터 사로잡은 <감각의 미래/흐름출판>이다.

<감각의미래> 표지(출처=IT동아)
<감각의미래> 표지(출처=IT동아)

저자는 과학전문기자 '카라 플라토니'로, 3년 동안 인지과학의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한 결과물을 책으로 엮었다. '인간은 스스로 새로운 감각을 부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이 여정은, '뇌'라는 우리 인생의 편집자가 새로운 감각개념을 어떻게 적응케 하는지, 인간의 능력에 과학기술이 결합되면 어떤 발전이 가능할지 탐구하고 있다.

이 책의 큰 흐름은 먼저 너무 익숙해서 따로 생각하지 않는 5가지 감각(미각, 후각, 시각, 청각, 촉각)의 원리와 특성에 대해 알아보고, 시간, 고통, 감정과 같은 다감각적인 부분까지 차근히 짚어나간다. 나아가 인간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감각을 찾아내려는 사람들과 그것을 가능케 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과 같이 인식을 선택적으로 강화하거나 조작하려는 최신 과학기술의 현주소까지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우리 눈은 광자에, 혀와 코는 화학물질에, 귀는 진동에, 피부는 압력에 반응한다. 각각의 감각은 별개의 양상을 띄지만 동시에 여러 감각기관을 동원해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그 중심에는 뇌가 있다. 뇌는 끊임없는 재편집으로 우리에게 입력된 수 많은 감각정보를 동기화시켜 연속적이고 일관된 환상을 만들어낸. 우리는 그것을 '경험'이라고 한다.

오류 또한 발생된다. 우리의 인식에는 개인 경험과 교육, 사회적 맥락까지 관여되기 때문에 다분히 개별적이고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 허점을 이용해 타인의 감각이나 인식을 조작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실제로 전세계 많은 연구실에서 실험되는 주제다. 다만 그 기술이 선한 방향으로 쓰일지 그 반대일지는 아무도 모를 뿐.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자연이 허락한 것을 뛰어넘는 인식능력과 경험을 스스로 부여할 수 있는 시대의 시작점에 서 있다. 그리고 그 속도는 진화보다 빠르다. 인간 특유의 숨겨진 차원을 탐구하고 싶은 열망에 스스로 진화를 주도하려는 전세계 바이오해커들의 욕망이 새로운 감각의 출현을 앞당기고 있다.

그들은 실제 새로운 감각을 경험하고자 자신의 몸에 자석을 주입하고 눈에 카메라를 이식하는 단계도 마다하지 않는다. 새로운 우리 뇌의 가소성은 새로운 감각을 얼마나 빨리 적응시킬까? 뇌와 몸의 감각과 인지과학, 과학기술의 결합이 가져올 미래를 먼저 맛볼 수 있는 책이다. 그 생생한 실험 현장을 함께 둘러보고 나면, 매일매일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해서 의식조차 하지 못한 우리 몸의 감각과 자신을 둘러싼 한계에 대한 의심,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만나게 될 것 이다.

솔직히, 400페이지가 넘는 두께와 각 페이지를 구성하고 있는 과학용어로 인해 독서의 속도가 그리 빨라지지는 않는다. 저자가 기자라 상황을 잘 전달하고 있는 데도 설명하는 실험장면이 머릿속에 쉽게 그려지지 않거나 이해되지 잘 안되는 장면도 많다.

한가지 팁을 주자면, 모든 것을 이해하지 않아도 좋다. 전체 큰 주제 안에서 이번 독서를 통해 내 몸의 감각을 이해하고, 지금 내가 모르는 전세계 곳곳에서 어떤 도전과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지만 알아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새로운 감각이 잠재의식에 일부가 되는 날, 우리의 일상생활은 어떻게 달라질까? 머지않은 미래인 것만은 확실하다.

글 / 오서현 (oh-koob@naver.com)

(출처=IT동아)
(출처=IT동아)

국내 대형서점 최연소 점장 출신으로 오랫동안 현장에서 책과 독자를 직접 만났다. 예리한 시선과 안목으로 책을 통한 다양한 기획과 진열로 주목 받아 이젠 자타공인 서적 전문가가 됐다. 북마스터로서 책으로 표출된 저자의 메세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 '오쿱[Oh!kooB]'이라는 개인 브랜드를 내걸고 책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관계를 연결하려 한다(www.ohkoob.com). 새로운 형태의 '북네트워크'를 꿈꾸며 북TV, 팟캐스트, 서평, 북콘서트MC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있다.

동아닷컴 IT전문 이문규 기자 mun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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