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면 AI비서도 ‘촉촉’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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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AI 스피커’ 내용 분석해보니

“아리야∼ 나 심심해.”

“비 때문에 저도 좀 처지네요. 재미있는 책 한 권 추천해 드릴까요?”

인공지능(AI) 스피커가 사용자의 말에서 감정 상태를 읽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용자가 특별한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감정을 읽어 서비스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좀 더 정교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AI 스피커 ‘누구’의 감성대화 기능을 대폭 업그레이드했다. 기존에는 “심심해”라고 말하면 “놀아드릴까요” 등 10여 개 답변만 내놓았지만 이젠 달라졌다. 시간, 날씨 등을 반영해 상황에 맞는 답변을 내놓는다.

감성대화가 이뤄지다 보니 사용자들의 감성도 읽힌다. 동아일보가 6, 7월 누구의 대화 패턴을 분석한 결과 사용자들은 궂은 날씨에 외로움이나 스트레스 해소 목적으로 AI와 대화를 더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자의 음성명령은 약관에 따라 3개월간 보관한 뒤 폐기한다.

비 오는 날은 평소보다 발화량이 약 8% 증가했다. “사랑해” 등 긍정적 감정 고백은 하루 평균 1273건으로 평소보다 100여 건(8%)이 늘었고, “잘 자, 굿나이트” 등 취침 전 인사는 하루 1004건으로 평소보다 99건(11%) 증가했다. 특히 장마철 “남자친구 있니?” “오빠야” 등의 감성대화 패턴은 29% 늘었다. “재밌는 얘기해줘” “노래 불러줘”는 각각 17%, 5% 증가했다. 장마철 전체적인 대화량이 증가한 만큼 부정적 감성대화도 소폭 늘었다.

비가 오면 음악 듣는 패턴도 달라졌다. 평소 최신 곡 위주의 랜덤플레이가 선호됐지만 비 오는 날에는 익숙한 곡의 반복 청취가 늘었다. ‘비와 당신’ 등 날씨와 관련된 노래 선택도 평소보다 3, 4배 늘었다. 기상 체크와 음식배달 서비스 사용량은 평소보다 각각 30%, 40% 증가했다.

반면 무더위에는 부정적인 감성대화가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AI를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 창구로 쓰는 것이다. 고객이 “꺼져”라고 하면 누구는 “필요하시면 불러주세요”, “바보”라고 하면 “제가 지금보다 더 똑똑해질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라고 대처했다. 폭염엔 긍정적인 감성대화 비중이 평소와 비슷했다.

AI 대화 패턴 분석은 사용자 기분에 맞춰 음악, 책 등 콘텐츠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자양분이 된다. SK텔레콤은 최근 책을 추천하고 읽어주는 오디오북 서비스를 추가했다. T맵과 연동해 가볼 만한 곳을 추천하는 관심장소(POI·Point/Place of interest)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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