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CT 우려가 현실로… AI기술, 작년부터 中에 추월당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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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문가 5287명 설문조사

“어디 인공지능 분야 인재 없나요?”

인공지능(AI)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현장에선 전문가와 인프라 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삼성전자를 비롯해 이동통신 3사,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 사이에선 인재 모시기 경쟁이 벌어져 AI 분야 인재 10명이 필요한 사업부서에 1명 새로 데려오기도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올 초 AI전담부서를 신설한 이동통신 3사는 외부인력 충원이 어려워지자 내부인력 재배치를 통해 인원을 충원해야 했다. 국내에서 나오는 AI 분야 석·박사가 연 20∼30여 명에 불과한 데다 이마저도 대부분 해외에서 영입 제안을 받고 있어 전담인력 충원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이 기업들은 앞다퉈 국내 대학에 AI 분야 산학장학생 유치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했다. 국내 포털업체 관계자는 “선진국은 2000년대 이전부터 체계적으로 AI 및 빅데이터 인재를 육성해온 반면 국내서는 AI 인재를 육성할 만한 전공 학과를 지금부터 부랴부랴 마련하는 단계여서 인재 확보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현장에선 AI 원천기술뿐만 아니라 응용 분야 또한 크게 뒤처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딥러닝 기술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인데, 국내는 기업이든 공공영역이든 데이터를 공개하는 곳도 거의 없어 발전이 더디다는 지적이 있다. 차상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AI 기술이 제대로 적용된 국내 플랫폼이 떠오르지도 않는다. 원천기술과 응용 모두 중국에 뒤졌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투자를 확대하며 급격한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지난달 중국 정부는 ‘차세대 AI 발전 규획’을 발표하면서 2030년 미국을 넘어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230억 위안(약 3조9444억 원) 수준의 AI 시장 규모를 2020년 1조 위안(약 172조 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2030년까지 10조 위안 규모로 육성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13일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의 ‘정보통신 국가 기술경쟁력 수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주요 부문에서 중국에도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IITP가 산업 현장과 학계, 연구기관 등에 속한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 5287명을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다.

AI와 클라우드 서비스가 포함된 ‘기반SW·컴퓨팅’ 분야에서 주요 선진국에 한참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과 비교한 각국의 기술 격차기간은 한국이 1.9년이었고 중국은 1.8년, 유럽은 1.1년, 일본은 1.2년이었다.

중국의 경우 재작년 설문조사에서는 미국과의 해당 분야 기술 격차가 2.3년으로 국내 기술수준(2.0)보다 뒤처졌다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전문가들은 당시에도 투자를 더 늘리고 원천기술을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런 우려가 1년 후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세계 최고 기술 국가인 미국과 한국의 평균적인 ICT 기술 격차는 1년 6개월(1.5년)이라고 대답했다. 재작년 같은 설문에서 응답한 기술 격차(1.6년)와 비교하면 겨우 37일 정도 좁히는 데 그친 것이다. IITP 관계자는 “국내 ICT 기술력은 선진국을 따라잡기 벅찬 상황에서 후발국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ict#ai#기술#중국#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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