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에게 프로 데뷔 첫 10승의 의미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14일 05시 30분


투수에게 프로 데뷔 첫 10승이란 얼마나 대단한 성과일까. SK 박종훈은 최근 9승을 달성하며 프로 첫 10승에 단 1승만을 남겨 놓았다. 그는 “9승 과정에서 얻은 게 정말 많다. 10승을 달성하면 또 무엇인가 하나를 배울 것 같다”며 커다란 기대감을 나타냈다. 사진제공|SK 와이번스
투수에게 프로 데뷔 첫 10승이란 얼마나 대단한 성과일까. SK 박종훈은 최근 9승을 달성하며 프로 첫 10승에 단 1승만을 남겨 놓았다. 그는 “9승 과정에서 얻은 게 정말 많다. 10승을 달성하면 또 무엇인가 하나를 배울 것 같다”며 커다란 기대감을 나타냈다. 사진제공|SK 와이번스
SK 박종훈이 12일 인천 kt전에서 승리하면서 시즌 9승을 달성했다. 프로 데뷔 10승까지 이제 1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롯데 박세웅도 10승을 향해 8번이나 도전했다. 지독한 아홉수에 걸렸지만 천신만고 끝에 13일 대구 삼성전에서 프로 첫 10승 고지를 밟았다. 10승을 향한 투수들의 투지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 타율 3할 타자와 0.299의 타자가 다르듯, 한 시즌에 10승을 올린 것과 그러지 못한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13일 아홉수를 깨고 10승에 성공한 박세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13일 아홉수를 깨고 10승에 성공한 박세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한 시즌 3할 타자와 10승 투수

야구에서는 3년 연속 타율 3할, 10승을 기록한 선수를 확실한 팀 전력으로 분류한다. 다시 말해 타자는 타율 3할, 투수는 10승이 실력의 기준점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실제 한 시즌에 타율 0.299를 친 타자와 타율 0.300을 친 타자는 차이가 크다. 일본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3000안타를 친 재일교포 장훈은 “2할9푼을 치는 타자와 3할 타자의 차이는 단순하다. 2할9푼 타자는 4타수2안타에 만족하지만 3할 타자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4타수3안타, 4타수4안타를 치기 위해 타석에 들어선다”고 말한 바 있다.

투수 입장에서는 10승이 그렇다. NC 이재학은 2013시즌 데뷔 첫 10승을 달성했다. 1군에 데뷔한 신생팀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팀 수장이었던 김경문 감독은 이재학을 팀의 토종선발투수로 키우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김 감독은 “선발투수가 한 시즌에 10승을 해보고, 해보지 않고는 큰 차이”라며 10승 달성을 강조했다. 물론 그 과정은 혹독했다. 일례로 이재학은 2013년 5월 17일 마산 삼성전에서 9이닝 2실점으로 완투패를 당했다. 9회 교체타이밍이 있었지만 김 감독은 그 경기를 끝까지 제자에게 맡겼다. 승패를 떠나 한 경기를 오롯이 책임지는 경험을 통해 성장하기 바랐기 때문이었다. 이후 이재학은 7월 31일 문학 SK전에서 데뷔 첫 완투승을 거두더니 그해 결국 시즌 10승을 채웠다. 그리고 4년 연속 10승이라는 호성적을 거뒀다.

SK 박종훈. 사진제공|SK 와이번스
SK 박종훈. 사진제공|SK 와이번스

● 박종훈 “10승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느낄 것”

프로 데뷔 첫 10승에 1승만을 남겨두고 있는 SK 박종훈은 “나에게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2015시즌부터 본격적으로 기회를 부여받았지만 그해 6승8패에 그쳤고, 2016년에는 기복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8승13패에 머물렀다. 올해 달라졌다. 약점인 제구력을 보완하면서 SK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솔직히 이전까지는 10승이 쉬운 줄만 알았다”며 “해보니까 정말 어렵다. 승리는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 등판할 때마다 배우는 게 많다”고 말했다.

박종훈을 가장 많이 바꾼 깨달음은 ‘야구는 혼자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였다. 그는 “사실 9승을 거둔 kt전에서도 수비 도움을 받지 못했더라면 승리 투수가 될 수 없었다”며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는 “9승을 하는 과정에서 이렇게나 얻은 게 많은데 10승을 달성한다면 또 하나 배울 것 같다. 야구는 팀플레이라는 점이다. 10승을 달성하는 날 사비를 털어서 날 도와준 동료들에게 맛있는 것을 대접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인천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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