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박종훈이 12일 인천 kt전에서 승리하면서 시즌 9승을 달성했다. 프로 데뷔 10승까지 이제 1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롯데 박세웅도 10승을 향해 8번이나 도전했다. 지독한 아홉수에 걸렸지만 천신만고 끝에 13일 대구 삼성전에서 프로 첫 10승 고지를 밟았다. 10승을 향한 투수들의 투지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 타율 3할 타자와 0.299의 타자가 다르듯, 한 시즌에 10승을 올린 것과 그러지 못한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 한 시즌 3할 타자와 10승 투수
야구에서는 3년 연속 타율 3할, 10승을 기록한 선수를 확실한 팀 전력으로 분류한다. 다시 말해 타자는 타율 3할, 투수는 10승이 실력의 기준점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실제 한 시즌에 타율 0.299를 친 타자와 타율 0.300을 친 타자는 차이가 크다. 일본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3000안타를 친 재일교포 장훈은 “2할9푼을 치는 타자와 3할 타자의 차이는 단순하다. 2할9푼 타자는 4타수2안타에 만족하지만 3할 타자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4타수3안타, 4타수4안타를 치기 위해 타석에 들어선다”고 말한 바 있다.
투수 입장에서는 10승이 그렇다. NC 이재학은 2013시즌 데뷔 첫 10승을 달성했다. 1군에 데뷔한 신생팀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팀 수장이었던 김경문 감독은 이재학을 팀의 토종선발투수로 키우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김 감독은 “선발투수가 한 시즌에 10승을 해보고, 해보지 않고는 큰 차이”라며 10승 달성을 강조했다. 물론 그 과정은 혹독했다. 일례로 이재학은 2013년 5월 17일 마산 삼성전에서 9이닝 2실점으로 완투패를 당했다. 9회 교체타이밍이 있었지만 김 감독은 그 경기를 끝까지 제자에게 맡겼다. 승패를 떠나 한 경기를 오롯이 책임지는 경험을 통해 성장하기 바랐기 때문이었다. 이후 이재학은 7월 31일 문학 SK전에서 데뷔 첫 완투승을 거두더니 그해 결국 시즌 10승을 채웠다. 그리고 4년 연속 10승이라는 호성적을 거뒀다.
● 박종훈 “10승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느낄 것”
프로 데뷔 첫 10승에 1승만을 남겨두고 있는 SK 박종훈은 “나에게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2015시즌부터 본격적으로 기회를 부여받았지만 그해 6승8패에 그쳤고, 2016년에는 기복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8승13패에 머물렀다. 올해 달라졌다. 약점인 제구력을 보완하면서 SK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솔직히 이전까지는 10승이 쉬운 줄만 알았다”며 “해보니까 정말 어렵다. 승리는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 등판할 때마다 배우는 게 많다”고 말했다.
박종훈을 가장 많이 바꾼 깨달음은 ‘야구는 혼자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였다. 그는 “사실 9승을 거둔 kt전에서도 수비 도움을 받지 못했더라면 승리 투수가 될 수 없었다”며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는 “9승을 하는 과정에서 이렇게나 얻은 게 많은데 10승을 달성한다면 또 하나 배울 것 같다. 야구는 팀플레이라는 점이다. 10승을 달성하는 날 사비를 털어서 날 도와준 동료들에게 맛있는 것을 대접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