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의 음담잡담] ‘워너원’ 팬심이 만든 광화문역 진풍경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14일 0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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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워너원. 스포츠동아DB
그룹 워너원. 스포츠동아DB
첫 앨범 출시하자 교보문고 앞 100m 행렬
통로 한켠에선 ‘랜덤 포토카드 교환’ 북적


엠넷 ‘프로듀스101’ 시즌2를 통해 탄생한 프로젝트그룹 워너원의 첫 앨범이 CD로 시중에 풀린 8일부터 일주일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입구에서는 특별한 장면이 펼쳐졌다. 지하철 입구와 연결된 통로 한 쪽 벽면으로는 앨범을 사려는 여성팬들이 100m에 가까운 긴 줄을 만들었고, 다른 한 쪽에선 앨범 속에 들어 있는 멤버들의 포토카드를 좌판처럼 펼쳐놓은 사람들과 이를 살피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앨범에는 멤버 1명의 포토카드가 무작위로 1장만 들어있어 앨범을 뜯어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의 포토카드가 아니면 다른 앨범구매자와 맞교환하려는 것이다. 교보문고 직원이 서점이용객들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찜통더위 속에서 현장을 ‘통제’하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로 혼잡했다.

워너원 팬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이뿐만이 아니다.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팬미팅에서는 촬영이 금지된 탓에, SNS 등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로 현장을 생중계하는 팬들이 많았다. 표를 구하지 못한 이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현장을 느껴보라는, 일종의 ‘동지의식’에 따른 배려다. 한 대형마트가 워너원이 모델인 과자를 구매하면 브로마이드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벌이자 어느 열성팬은 시간 없는 팬들을 대신해 제품을 대신 구매하고 브로마이드를 받아 택배로 부쳐주는 ‘구매대행 서비스’까지 진행했다. 이런 현상이 워너원 팬들 사이에서만 나타나는 일이라 단정할 수 없지만, 워낙 팬덤이 크다보니 유별나 보인다.

비상식적이다 싶은 일도 있다. ‘전속계약 위약금 모금’이 그것이다. 자신들이 응원하는 멤버의 소속사가 소규모 기획사인 경우 ‘우리가 위약금 물어 줄 테니 계약파기하고, 더 잘 키워줄 수 있는 큰 기획사로 옮겨 가라’는 것이다. 아직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일부 멤버의 팬 커뮤니티에서 실제로 그런 움직임이 있었다.

얼마 전 문희준 팬들과 슈퍼주니어 일부 팬들이 각각의 스타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하며 보이콧을 선언한 일이 있다. 기부도 하고 봉사활동도 하는 선한 영향력도 많지만, 자신들의 ‘힘’을 보여주려는 일도 이렇게 가끔 있다.

워너원 팬덤이 유난스러운 건 태생적 특성 때문이다. ‘프로듀스101’이 방송되는 동안 멤버들의 성장스토리를 지켜보며 감동하고, 자신이 열심히 투표한 연습생이 워너원으로 선발됐을 경우 ‘너희들은 내가 키웠다’는 일종의 주인의식을 갖게 되면서 팬심이 뜨겁게 발휘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전보다 팬들의 극대화된 행동들이 많이 나타나는 것은 또한 ‘앞으로의 워너원의 성장에도 내가 함께할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강한 때문일 것이다.

워너원은 내년 12월말까지 활동한 후 해체된다. 그 때까지 또 어떤 식으로 워너원 뜨거운 팬심이 발현될지 궁금해진다.

엔터테인먼트부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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