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반대 주민에 ‘웃음’ 부적절” 美 사령관 사과에…주민들 “진정성 無”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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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8월 12일 15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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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령관 “사드 반대 주민에 ‘웃음’ 부적절했다”

사진=동아일보DB
사진=동아일보DB
12일 주한미군의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군 사령관이 경북 성주 주민에게 공식 사과했다.

지난 4월 사드 장비 반입을 저지하던 주민을 보고 미군 장병이 웃은 행동에 대해 사과한 것.

토머스 밴달 주한 미 8군 사령관은 12일 오전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사드 기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치 당시 성주 주민을 보고 웃은 우리 장병의 행동은 부적절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밴달 사령관은 당초 소성리 마을회관을 찾아 주민들에게 직접 사과하려 했으나 주민의 거부로 만남이 무산되자 사과성명을 냈다.

밴달 사령관은 사과문을 통해 “사드 배치는 한미 정부의 합의 사항인 만큼 장병들로서는 그만큼의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시위대를 접촉한 어린 장병들이 당황하다 보니 그런 상황이 발생했고 본심은 그게 아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군 장병들은 전문성을 키우는 교육을 받는데 당시 해당 장병은 초임이었기 때문에 교육을 다 받지 못한 상태였다”면서 “그래서 시위대를 마주쳤을 때 그런 표정을 지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앞서 미군의 한 병사는 지난 4월 26일 사드 배치 때 차에 탄 채 마을회관을 지나다 웃으면서 영상을 촬영해 주민 반발을 샀다. 밴달 사령관은 그러나 해당 병사가 사진 촬영을 한 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밴달 사령관은 “미 장병들은 전문성을 갖춘 군인으로서 행동하도록 교육받는다”며 “시위대와도 직접적으로 접촉하지 않고 도발하지도 않도록 철저히 교육돼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소성리 주민들과 사드배치 반대단체 회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밴달 사령관의 사과가 일방적이고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한 주민은 해당 장병의 행위가 단순한 실수라는 밴달 사령관의 해명에 불만을 드러냈고, 한 시민단체 회원은 아직도 자신들의 잘못을 모르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

이석주 소성리 이장은 “여러 차례 사과를 요구했는데 4개월이 지나서 전자파 측정을 하는 날에 사과를 한다는 게 진정성이 있냐”며 “의도적인 사과를 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강현욱 소성리 종합상황실 대변인은 “사과를 받지 않겠다고 거부했는데도 사과하는 것은 사과받는 주체를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이런 행동이 지난 4월26일 웃고 사진을 찍었던 미군의 행위와 똑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방부와 환경부는 이날 오전 10시50분께 부터 사드 기지 인근 지역 6~7곳에서 전자파와 소음 등 환경평가 항목을 측정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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