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도미사일 수백미터 오차 불가능”… “北 기술수준 과소평가만 해선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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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12형 정밀도 싸고 의견 분분
“소총도 아니고 스스로 허풍 증명”… “北, 요격회피 기술도 개발 가능성”

북한이 10일 괌 포위사격 실행 계획을 언급하며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의 예상 비행 사거리를 3356.7km라고 명시하는 등 수백 m 단위까지 ‘초정밀 발표’를 한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개발 속도를 감안할 때 수백 m 오차범위 내의 비교적 정밀한 타격도 가능하다는 의견과 북한 기술로는 어림도 없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순항미사일은 종류에 따라 오차범위가 1∼2m로 “김정은 집무실 창문까지 조준 타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탄도미사일의 경우 그 정도의 정밀성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북한 탄도미사일은 1970년대부터 대남 도발용으로 개발을 시작한 단거리탄도미사일 스커드-B(사거리 300km) 조차도 오차범위가 450∼1000m로 알려져 있다.

탄도미사일은 사거리가 길어질수록 정확도가 떨어지는데 최대 사거리가 5000km로 평가되는 준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2형’의 정밀도가 수백 m 단위라는 건 북한 기술상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이 본토에서 발사하는 ICBM 미니트맨3는 오차범위가 100m 내외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미국이어서 가능한 것이다.

김종환 전 합참의장은 “북한이 준ICBM급 탄도미사일의 명중률을 소총 정도로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화성-12형’을 섣불리 발사했다가 괌 주변 공해를 넘어 미국 영해(해안선에서 22km 이내)에 떨어지면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괌 포위사격’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건 곧 김정은이 자신을 통째로 내건 도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최근 미사일 기술을 과소평가만 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북한은 5월 29일 최대 사거리가 1000∼1300km로 추정되는 스커드-ER를 개량해 만든 지대지·지대함 겸용 미사일 1발을 발사했는데, 이 미사일은 준중거리임에도 “예정 목표점을 7m의 편차로 정확히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당시 “임의의 바늘귀 같은 개별적 목표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주장이 과장됐다면서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북한은 미사일 정확도에 대한 자신감을 확보한 것을 넘어 미국이 괌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미사일로 요격할 수 없게끔 측면을 향해 발사하는 기술 등 사드 회피술까지 계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탄도미사일#포위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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