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희망씨앗 후원자 “불우한 시절 생각나 시작했는데 횡령이라니”

  • 동아닷컴
  • 입력 2017년 8월 11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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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한 아동을 위해 모금된 128억 원이 실은 기부단체 회장과 간부들이 요트파티, 외제차 구매 등 호화 생활을 하는 데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원자들은 “배신 당한 기분”이라며 허무함을 표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사단법인 ‘새희망씨앗’ 회장 윤 모(54) 씨와 대표 김 모(37) 씨에 대해 상습사기·업무상 횡령·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1일 밝혔다. 법인 관계자 4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윤 씨 등은 2014년부터 기부단체 사단법인과 교육 콘텐츠 판매 업체를 동시에 운영하며 4만 9000여 명에게 기부금 128억 원을 모금해 쌈짓돈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기부자들은 적게는 5000원 많게는 1600만 원까지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수도권 21개 콜센터에서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정기 후원을 요청하는 식으로 운영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이나 결손 아동을 지원한다고 설명하며 자동이체, 신용카드 할부 결제 등으로도 기부금을 받았다.

해당 홈페이지를 통해 후원하는 아동에 대한 정보도 볼 수 있게 했다. 이름의 일부와 사는 지역 정도다. 자세한 정보는 없다. 법인은 개인정보보호를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후원을 받고 있다고 소개된 아동들은 후원을 받지 못 하고 있었다.

해당 법인 직원들은 기부가 실제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복지시설에서 허위로 받아낸 기부금 영수증을 기부자들에게 발급해주기도 했다.

모금된 128억 원 중 실제로 기부된 금액은 1.7% 수준인 2억 원 가량이다. 그것마저 현금을 지원하는 것이 아닌 영어 강의를 볼 수 있는 사이트 ID나 전자기기를 싼값에 구매해 전달하는 식이었다. 회장 윤 모 씨는 이렇게 챙긴 기부금으로 외제차를 구매하거나 해외 골프여행을 하는 등 호화생활을 누렸다. 직원들도 윤 씨와 함께 요트 파티를 즐긴 것으로 조사됐다.

3월 처음 연락을 받아 매월 자동이체 방식으로 기부를 해온 신광철(36) 씨는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황당하다”라며 동아닷컴에 심경을 전했다. 신 씨는 “어린 시절이 불우해서 그때 심정으로 시작했다. 앞으로는 기부 요청 전화가 오면 의심을 할 것 같다”라며 해당 사건으로 기부에 대한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신 씨는 11일 관련 기사를 보고 자신에게 기부를 부탁했던 새희망씨앗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는 자신을 ‘자원봉사자’라고 소개하며 자신 역시 황당하다고 전했다. 해당 관계자는 신 씨에게 “직원들이 휴가 중이다. 16일에 돌아오면 처리하겠다”고 전했다.
김가영 동아닷컴 기자 kimga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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