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늘고 기준 완화… 부정수급 양산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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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첫 빈곤대책]근로능력 있어도 자활 포기 가능성… 수급자 중 ‘6년이상’ 유지 48% 달해
매년 2조 더 들어 예산확보도 과제

A 씨는 동거인이 수년간 생활비를 보태줘 생활고를 겪지 않았다. 그럼에도 자신이 ‘빈곤층’이라며 기초생활급여를 신청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탓에 동거인의 금전적 지원을 파악할 수 없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된 그는 동거인의 지원과 정부 보조금에 기대 편한 백수 생활을 하고 있다.

정부가 10일 기초생활급여를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 93만 명을 구제하기로 했지만 그 취지와 달리 굳이 빈곤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지 않거나 부정 수급 등 도덕적 해이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3개년 계획으로 전체 인구의 3.2%(163만 명)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인구의 4.8%(252만 명)로 늘어난다. 반면 현재 수급자 중 6년 이상 수급자 신분을 유지하는 비율은 절반(48.4%)에 이른다. 지난해 신규 수급자는 31만 명인 반면에 탈수급자는 24만 명에 그쳤다. 각종 혜택이 확대되다 보면 근로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원에 기대려는 사람이 많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부정 수급도 증가할 수 있다. 40대 김모 씨는 2012년부터 2015년 사이 매월 수백만 원을 벌었지만 소득액을 허위로 신고해 생계·주거급여 총 2860만 원을 타냈다. 수급자는 2013년 135만 명에서 지난해 163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와 비례해 같은 기간 부정 수급도 8233건에서 2만4881건으로 3배가량으로 늘었다.

빈곤층 구제 정책이 자리 잡으려면 도덕적 해이를 막는 감시 체계도 촘촘히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부정 수급이 의심되면 일대일 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부양 능력이 충분한 부양의무자를 찾아 부양비 징수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복지 예산 확대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이번 정책으로 3년 후인 2020년까지 4조3000억 원, 2022년까지 5년간 약 10조 원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연간 예산은 약 12조 원. 매년 2조 원가량이 추가 투입되는 것이다.

복지부는 자활을 도와 빈곤층에서 탈출하게 하고,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해 추가 예산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내년에 기초연금을 인상하고 아동수당을 도입하면 빈곤층의 소득이 늘어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줄어들 수도 있다”고 했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복지 혜택만 강조하기보다 재정이 얼마나 추가로 들고, 이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솔직히 밝혀야 한다”며 “결국 증세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홀몸노인#생계+주거급여#기초수급자#부양의무제#저소득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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