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후보 5명, 문학성과 함께 기발한 발상 돋보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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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장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올해 7회를 맞는 박경리문학상의 최종 후보 5명이 공개됐다.

앤토니아 수전 바이엇(81·영국), 코맥 매카시(84·미국), 페터 한트케(75·오스트리아), 가즈오 이시구로(63·일본계 영국인), 얀 마텔(54·캐나다)이 주인공이다. 이 상은 ‘토지’를 쓴 박경리 선생(1926∼2008)의 문학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됐다. 국내외 작가들을 모두 대상으로 하는 한국 최초의 세계문학상이다.

올해 심사위원은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사진), 김성곤 서울대 명예교수, 김승옥 고려대 명예교수, 이세기 소설가, 최현무 서강대 교수, 이남호 고려대 교수다. 후보자들은 모두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작가로 맨부커상(바이엇, 이시구로, 마텔), 퓰리처상(매카시), 카프카상(한트케) 등 유명 문학상을 수상했다.

9일 만난 심사위원장 김우창 교수는 후보자들의 작품 세계에 대해 “문학성이 뛰어나면서도 기발한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이 많다. 장르 소설이라 불러도 될 만큼 독자들의 흥미를 강하게 불러일으킨다”고 평가했다.

지식인의 세계를 문학적 언어로 밀도 높게 그린 바이엇은 대표작 ‘소유’를 통해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20세기의 문학연구자 두 사람이 19세기 시인인 두 남녀의 문학과 사생활을 추적하는 내용으로, 두 겹의 이야기가 전개되며 궁금증을 자아낸다. 김 교수는 “바이엇은 문화적 유산을 시적으로 녹여내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했다.

매카시는 ‘핏빛 자오선’을 비롯해 국경 3부작으로 꼽히는 ‘모든 멋진 말들’ ‘국경을 넘어’ ‘평원의 도시들’을 통해 활극이 벌어지는 곳으로 여겨졌던 미국 서부를 인간의 잔혹함과 고통이 극대화된 곳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동명 영화로도 제작됐다. 김 교수는 “잊혀져 가는 미국의 그늘을 새로운 시선으로 조명함으로써 미국 서부를 문학적으로 개척했다”고 말했다.

이시구로는 ‘남아있는 나날’에서 영국 귀족의 생활을 통해 규율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섬세하게 고찰했다. 김 교수는 “이시구로의 작품은 영국적이면서도 일본적인 색채를 지니는데, 집사의 시각을 통해 영국 상류사회를 또 다른 각도로 조명한 점이 독특하다”고 말했다.

한트케는 고정관념에 도전하며 매번 새로운 형식을 선보여 왔다. 시를 비롯해 소설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희곡 ‘관객 모독’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다. ‘긴 이별…’은 미국을 여행하는 오스트리아 남성이 독백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물리적인 장소보다는 내면을 여행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점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텔의 ‘파이 이야기’는 영화로도 제작됐다. 인도 소년 파이가 배의 침몰로 가족을 잃고 구명보트에서 벵골호랑이와 표류하며 공포와 절망, 고독을 경험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다. 김 교수는 “우화적이고 환상적인 설정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 생명에 대한 믿음 등을 중층적이면서도 풍자적으로 짚어냈다”고 말했다.

수상자는 다음 달 말 발표된다. 시상식은 ‘2017 원주 박경리문학제’에 맞춰 10월 28일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 동아일보는 최종 후보자 5명의 작품 세계를 차례로 지면에 소개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세계적인 작가뿐 아니라 덜 알려졌지만 탄탄한 실력을 지닌 젊은 작가도 적극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박경리문학상#김우창#코맥 매카시#페터 한트케#소설 남아있는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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