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괌 포격 계획 밝힌 北… 정부, ‘컨틴전시 플랜’도 준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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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군기지가 있는 괌을 타격할 미사일 경로와 사거리, 탄착지점까지 밝힌 ‘괌 포위사격’ 계획을 내놨다.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은 어제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 4발은 일본 시마네, 히로시마, 고치 상공을 거쳐 3356.7km를 1065초간 날아 괌 주변 30∼40km 해상에 탄착할 것”이라며 이달 중순까지 최종 방안을 김정은에게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북한의 도발이 정권의 종말과 자국민의 파멸을 낳을 것이라며 ‘행동 대 행동’으로 제압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군사적 대응을 통한 레짐 체인지(정권교체)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것이다.

북한은 이달 말 실시되는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때까지 위기를 최대한 고조시키겠다는 심산인 듯하다. 한반도에 막강한 미군 전력이 들어오는 UFG 훈련 전까지 정면 대결이든, 극적 타협이든 벼랑 끝 전술을 펼쳐 최소한 UFG 훈련은 중단시키겠다는 노림수일 것이다. 하지만 슈퍼파워 미국의 힘을 테스트하며 끝장을 보겠다는 무모한 행동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가만있을 리 없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포착되면 미국은 당장 선제타격에 나설 것이다. 발사 이후라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동원한 요격, 나아가 도발 원점에 대한 보복 타격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를 경고한 데 이어 미국의 핵무기 능력을 강조하며 핵 공격 가능성을 거듭 시사했다. 일본 정부는 동맹이 공격받아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반격할 수 있는 ‘집단적 자위권’까지 거론했다. 이후 전개될 동북아시아의 국제전 양상은 상상하기도 끔찍하다.

정부는 어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북한에 긴장고조 행위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한편 대북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긴장 해소를 위한 외교적 노력도 전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화염을 안은 채 마주 달리는 두 기관차를 멈춰 세울 복안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상황은 1994년 1차 북핵 위기를 방불케 하며 브레이크 없이 굴러가고 있다. 그때처럼 ‘말 폭탄’ 이후 갑작스러운 대화 국면이 전개될 수도 있지만 문제는 당시와 달리 현재의 북-미 지도자가 모두 예측불허라는 점이다. 특히 김정은은 도저히 이성적인 사고의 소유자로 보기 어렵다. 1994년엔 전직 미국 대통령이 중재에 나서기라도 했지만 지금 그런 ‘백기사’도 보이지 않는다.

향후 며칠 긴장은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NSC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 극단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방위 외교에 나서되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육·해상 국지도발에 대비하는 한편 차분하지만 철저하게 민방위 체제도 점검해야 한다. 무엇보다 미국 일본과의 긴밀한 공조를 재삼·재사 확인하고 중국 러시아에도 김정은이 오판하지 않게 대북 압박을 가할 수 있도록 외교 총력전을 벌여야 한다.
#북한 괌 포격#비상계획#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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