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능 절대평가하려면 대학에 선발자율권 許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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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현재 중학교 3학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절대평가를 확대하는 개편 방안을 어제 발표했다. 기존의 절대평가 방식인 한국사와 영어 외에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 등 2과목에 절대평가를 확대하는 1안, 7개 과목 모두 절대평가를 하는 2안의 두 가지로 공청회를 거쳐 31일 확정한다. 교육부는 “학생 간 무한경쟁과 과도한 시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절대평가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능 절대평가 확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 출범 전부터 “입시 경쟁과 관료 중심의 교육행정이 교육의 양극화를 심화시켰고, 교육 양극화가 사회 양극화를 초래했다”며 고교 서열화와 대학 서열화 해소를 강조했다. 학생 줄 세우기 식 수능 상대평가는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하므로 절대평가로 바꿔야 한다는 논리에 전교조 등이 찬성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절대평가의 가장 큰 문제는 시험으로서의 변별력이 상실된다는 점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최근 3년간 수능 결과를 절대평가로 전환해 분석한 결과 2015년도 수학B형(이과)에서 90점 이상 받은 수험생이 22%로 상대평가 1등급(4%)보다 5배 이상 많았다. 난이도를 조정해 1등급 비율을 줄일 순 있겠지만 상위권 변별력 확보에는 어림없다. 학교 서열화 해소를 위해 의도적으로 수능 변별력을 없애는 것이라면 또 모른다. 우리나라처럼 입시 공정성에 민감한 사회에서는 점수로 우열을 가리는 상대평가가 더 공정할 수도 있다.

수능이 절대평가로 바뀐다고 해서 교사 개혁 없이 공교육 정상화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내신과 학생부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경쟁력 있는 대학들이 다른 전형요소를 확대해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열릴 공산이 크다. 입시 경쟁을 완화하자는 선한 의도가 실제론 부유층에 혜택을 주고 저소득층의 교육사다리를 빼앗는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선진국에서 수능을 자격시험으로 두는 이유는 대학이 설립 목적과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학생을 자율적으로 선발하고 수능 점수는 참고만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부가 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 수능 등 3가지 전형만 허용하고 입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도 모자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입제도를 뒤바꾸고 있다. 수능을 절대평가로 가져가려면 대학이 설립 취지에 맞는 학생을 뽑을 수 있도록 선발 자율권부터 돌려주어야 한다.
#수능 절대평가#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시험 변별력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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