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경찰 “테러리스트를 안아줍시다” 캠페인 눈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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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소외감 때문에 극단주의로… ‘허그 프로그램’으로 마음 열어”
일각 “잘못된 메시지 줄수도” 반론

덴마크 경찰이 테러리스트를 포용하는 내용의 ‘허그 테러리스트’ 프로그램을 도입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사회가 급진적인 테러리스트들을 품어주면 그들도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에 두고 있다.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는 테러리스트를 용서할 수 없는 사회악으로 간주한 기존 생각과 다른 접근이다.

덴마크 제2의 도시 오르후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덴마크 언론 SBS와의 인터뷰에서 “테러리스트가 되고자 시리아로 떠난 아이들의 엄마와 수차례 접촉하면서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며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르후스는 인구 대비 테러리스트가 되기 위해 시리아로 떠나는 젊은이가 아주 많은 도시 중 하나였다.

무슬림 청년은 부모가 해외에서 온 경우가 많아 사회에서 이방인으로 취급받으며 자라고, 그 소외감 때문에 극단주의에 경도된다고 덴마크 경찰은 진단했다.

덴마크 고등학생 알리아스 자말은 학교 토론 시간에 이슬람을 옹호하다 교사와 언쟁을 벌였다. 감정이 고조된 그가 의견이 다른 학생을 위협하는 발언까지 하자 학교는 그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그가 법을 어기지 않았는데도 마치 범죄자, 테러리스트인 것처럼 몰아붙였고, 그는 귀가 후 점점 비뚤어져 온라인으로 극단주의 지하디스트와 더욱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다.

자말이 시리아로 떠나 테러리스트가 될 결심을 굳힐 무렵 경찰은 ‘허그 테러리스트’ 프로그램에 따라 그를 불러 과도한 조사에 사과하고 무슬림 멘토를 곁에 붙였다. 자말은 무슬림 멘토에게 덴마크에서 무슬림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토로하면서 마음을 열었다.

실제 유럽에서 테러를 저지른 이들 중에는 실업자나 마약중독자, 전과자 등 사회 부적응자가 많다. 대부분 20, 30대인 이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취지지만 시리아 출신의 덴마크 정치인 나세르 카데르는 “이 프로그램이 마치 나가서 지하드가 되어도 괜찮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사회에 줄 수 있다”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한편 9일 오전 프랑스 파리 외곽 광장에서 군인을 차로 덮쳐 6명을 다치게 한 용의자는 37세 알제리계 아무 B라고 프랑스 언론들이 전했다. 그는 2013년 외국인들의 불법 체류와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은 적은 있지만 극단주의자로 분류돼 조사를 받거나 리스트에 오른 적은 없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주민들도 그가 식료품 상점에서 일하고 관광택시 운전을 했으며 종교적으로 급진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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