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영화 집중분석②] 역사왜곡? 사실과 허구의 경계선에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11일 0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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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
실제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
‘군함도’ 강제징용 조선인 탈출 왜곡 논란
이준익 감독 “실증 바탕 사실 확장일 뿐”
실화라 해도 영화…해석은 관객 개인의 몫


실화영화는 아니지만, 역사의 한 페이지에서 모티브를 따온 영화 ‘암살’은 해방 직후 친일파가 독립운동가에게 암살당하는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실제 역사적 사실과는 조금 다른 결말이다. 그렇다면 이건 왜곡인가, 아닌가.

이준익 감독은 실화영화는 “실존성(인물), 사실성(사건), 정확성(시기) 등이 실제와 부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다만 사실(fact)을 바탕으로 이를 영화적으로 그려냈다면 그건 왜곡이 아니라 사실을 확장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강제징용당한 조선인들의 탈출 이야기를 그린 ‘군함도’가 몰고 온 역사왜곡 논란을 일축했다. 그들이 실제 탈출하려 한 실증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장진승 오스카 스튜디오10 대표도 “사건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실화영화는 얼마든지 허구(fiction)의 창작이 가능하다”면서 “다큐멘터리 영화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모두 실화와 실존인물을 다루는 창작자로서의 고민에서 나온 얘기들이다. 하지만 사실의 이야기를 다룰 때 영화적 상상력을 어디까지 반영해야 하느냐에 관한 명확하고 원론적인 답은, “없다”고 이들은 말한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허구와 사실의 경계는 그 누구도 설정할 수 없다. 그런 설정에 대해 비판할 수 있지만 그것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달리 받아들이는 문제다”고 말했다. 명필름 심재명 대표도 “특정 이야기와 소재에 영화적 상상력을 얼마나 발휘해도 되는지 문제는 어렵고도 모호하다”면서 “이를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반응은 엇갈리게 마련이다”고 덧붙였다. 영화사 수박 신범수 대표는 “사실을 그릴 때 재연극으로만 끝나면 안 된다는 시각과 어설프게 만들면 좋은 소재를 이용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한다”면서 ‘이태원 살인사건’ 제작에 얽힌 반성을 내놓았다.

다만 “현실과 사실을 있는 그대로 그릴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다수의 관계자들이 동의한다. 그런 점에서 영화 ‘암살’의 마지막 장면은 왜곡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한다. “현실에선 없는 이야기이지만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친일파 단죄에 대한 욕망을 영화적으로 그려낸 판타지”라고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말한다.

결국 실화라 하더라도 영화 속 이야기인 것은 분명한 만큼, 심재명 대표의 말처럼 “사건과 인물의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어떻게 해석하고 거기에 어떤 시각을 부여했는지”에 대한 고민이 본질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윤여수 전문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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