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동아/8월 10일]1961년 오늘, 대한민국 30분 빨라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0일 13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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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부터 지금 쓰는 시간을 쓰게 됐을까.

1894년 갑오개혁을 떠올리셨다면 너무 멀리 가신 것. 일제강점기도 아까운 오답.

정답은‘ 1961년 8월 10일’이다. 박정희 정권은 5·16군사정변 성공 후 87일이 지난 이 날 표준시간을 30분 앞당겼다. 8월 10일 오전 0시를 오전 0시 30분으로 바꾸는 방식이었다.

표준시간 변경 소식을 전한 1961년 8월 5일자 동아일보.
표준시간 변경 소식을 전한 1961년 8월 5일자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그해 8월 5일 표준시간 변경 소식을 전하면서 “현재의 표준자오선인 동경 127도 30분을 동경 135도로 변경하게 된 이유는 세계 각국에서 실시하는 표준시 제도가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를 통과하는 본초자오선을 표준으로 하는 국제 표준 시간을 기준으로 하여 정수(整數)의 시차로써 정하는 것을 관계로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반정수(半整數)를 채택하고 있었기 때문에 항공항해 기상관측 등 시간 환산에 있어 일어나는 혼란을 시정키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삼는 그리니치 평균시(GMT·Greenwich Mean Time)는 1972년 1월 1일 협정세계시(UTC·Coordinated Universal Time)로 바뀌었다. UTC를 기준으로 현재 한국 표준시를 표시하면 UTC+9가 된다. 한국은 1961년 8월 9일까지는 UTC+8½을 썼다. 정수와 반정수가 등장하는 건 이 때문이다.

이렇게 시간을 바꾸면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았을까.
정답은 ‘아니다’였다. 그달 10일자 동아일보 석간은 “지금까지 서머타임으로 시곗바늘을 돌리느라 여러 차례 어리둥절했던 때문에 대부분이 무관심한 태도”라고 전했다. 한국은 1948~51년, 1955~60년 서머타임을 실시했다.

1961년 8월 10일자 동아일보 지면. 당시 동아일보는 조·석간을 모두 발행했다.
1961년 8월 10일자 동아일보 지면. 당시 동아일보는 조·석간을 모두 발행했다.

한국에서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표준시를 정한 건 이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같은 기사는 “어제까지 사용하던 127도 30분선은 구한말에 사용되었으나 (한일)합병 후 123도선으로 변경되었는데 해방 후 4287년 3월 21일 127도 30분선으로 복귀했다가 이번에 재개정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4287년은 단기(檀紀)로 서기 1954년을 뜻한다.

이 기사처럼 1908년 대한제국에서 정한 첫 번째 한국 표준시는 동경 127도 30분 기준이었다. 그 후 1912년 동경 135도가 됐다가 1954년 춘분(春分)에 다시 127도 30분으로 돌아왔다. 그러다 1961년 다시 135도로 돌아간 뒤 56년 동안 이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표준자오선을 127도 30분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동경 135도는 한반도가 아니라 일본을 지난다는 게 제일 큰 이유다. 2013년만 해도 조명철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동경 127도 30분을 새 표준자오선으로 정하는 ‘표준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북한도 2015년 8월 14일까지는 동경 135도를 표준자오선으로 삼았지만 다음 날부터 127도 30분을 기준으로 바꿨다. 그래서 현재 서울과 평양은 30분 시간 차이가 난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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