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앞 대여 한복, 전통 ‘우리 옷’ 맞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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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한복에 전문가들은 우려
화려함 강조-입기 편하게 제작… 청소년-외국 관광객에 인기끌어
일각선 “정체불명 이상한 옷”
종로구, 한복 제대로 입기 워크숍… 9월부터 음식점-전시공연 할인

서울 종로구는 11일 관내 131개 한복 대여업소를 대상으로 구청에서 워크숍을 연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번지는 ‘한복 입기 열풍’이 긍정적으로 이어지도록 ‘우리 옷 제대로 입기’를 주제로 잡았다. 박창숙 우리옷제대로입기협회장이 한복의 역사와 제대로 입는 법을 강의한다. 한복이 퓨전을 넘어 국적 불명의 옷으로 한복대여점을 통해 퍼지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보자는 취지다.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대여업체의 인식이 바뀌길 기대하는 마음도 담겼다. 종로구에는 경복궁과 창덕궁 근처 한복대여점 70군데를 포함해 종로4가 광장시장의 대여점까지 모두 131곳이 밀집해 있다.

경복궁과 창덕궁에서 한복을 입고 거니는 외국인을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다. 셀카봉을 이용해 화사한 한복을 입은 모습을 고궁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이들 덕분에 인스타그램에서만 ‘#(해시태그)hanbok(한복)’ ‘#korean traditional dress(한국전통드레스)’라는 키워드의 게시물이 35만 개 이상 검색된다. 한국인은 명절에도 잘 입지 않는 한복이 외국인 관광객을 통해 세계로 퍼져나가는 것이다. 특히 2013년 10월부터 한복 입은 사람은 서울 4대 고궁과 종묘, 왕릉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게 한 정책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들이 입는 한복에서 한복 고유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흥례문 앞에서는 대여한 한복을 입은 외국인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줄지어 기다렸다. 이들은 조선시대 낭자처럼 단아한 포즈를 취했다. 갓 쓰고 도포 입은 중동의 소년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입은 한복은 금박과 은박을 화려하게 씌운 데다 사이사이에 레이스를 댔다. 손쉽게 입고 벗을 수 있도록 치마를 만들다 보니 허리 뒷부분을 리본으로 묶는 형식이 많았다. 서양의 페티코트처럼 치마 안에 링 같은 심을 넣어 풍성하게 보이도록 했다. 귀엽고 걷기는 편하겠지만 체형에 따라 자연스럽게 몸을 감싸는 전통 한복 본연의 모습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게 일부 한복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체불명의 이상한 옷이 한복의 전부라고 알게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한복대여점 운영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전통 한복을 고수했다면 짧은 시간만 입는 외국인들이 흥미를 느끼지 않았을 거라고 주장한다. 관광객이 두 시간 착용하는 비용은 단돈 1만 원. 경복궁역 근처에서 대여점을 하는 A 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한복이 뜨는 이유는 불편하지 않고 사진을 찍고 싶을 만큼 화려하기 때문”이라며 “저렴하게 대여 한복을 입고 다니다 보면 정통에 가까운 한복이나 우리나라 전통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퓨전이어서 ‘한복 전성시대’가 열렸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서울로 수학여행을 오는 지방 중고교생들이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다. 외국인들이 입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오히려 우리 학생들이 한복을 찾기 시작한 셈이다.

종로구도 이런 분위기를 잘 살려 나가면서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한복 입기 활성화’ 조례를 만들어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한다. 한복을 입으면 전시나 공연뿐 아니라 음식점 111곳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식당은 인사동 48곳, 서촌 24곳, 북촌 및 대학로 각각 14곳, 12곳이 참여한다. 구청 부설 주차장 요금도 감면받을 수 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퓨전한복#생활한복#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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