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강요해 수천만원 가로채고 지인들 사적모임에도 학생 동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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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지방 사립대 무용교수 입건
문제되자 돈 돌려주며 합의 시도… 학생 “학점 등 걸려 어쩔수 없었다”
학교측 해당교수 직위해제

대전의 한 사립대 무용전공 교수가 학생들에게 외부공연 참가를 강요하고 학생 몫의 공연비 수천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9일 대전서부경찰서에 따르면 A대 C 교수(57·여)는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자신이 재직 중인 학과의 무용전공 학생 9명에게 외부공연에 33차례 참가토록 했다. C 교수는 자신의 이름을 붙인 무용단을 결성한 뒤 문화예술기관의 공모에 선정되면 학생을 공연에 동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C 교수는 해당 기관에서 학생에게 지급한 공연비 대부분을 가로챈 정황도 드러났다. 학생들에게 공연비 수령용 통장과 비밀번호가 동일한 체크카드를 만들게 한 뒤 카드를 회수해 입금된 돈을 수시로 빼내 임의로 사용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C 교수는 지난해 4월 24일 군부대 위문공연비로 학생 1인당 26만1900원을 지급한 것처럼 결산서류를 작성해 지원단체에 보냈으나 학생들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경찰은 “C 교수가 학생들에게 모두 ‘6688’이라는 비밀번호를 사용토록 한 뒤 손쉽게 수시로 돈을 인출했다”며 “개인적으로 인출해 사용한 금액이 밝혀진 것만 4600만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경찰에서 “C 교수가 학점과 특기장학생 선발을 미끼로 공연을 강요해 어쩔 수 없었다”며 “통장에 수백만 원이 입금됐다가 출금된 것도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C 교수의 자택에서 열린 개인적 행사 때도 수차례 학생들이 공연한 사실도 드러났다. C 교수는 경찰에서 “이웃과 지인이 모인 파티에서 몇 차례 공연한 사실은 있다”며 “인출한 돈은 대부분 무용단 운영에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C 교수는 일부 학생이 문제를 제기하자 돈을 되돌려주기도 했다. 경찰은 C 교수를 강요죄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입건해 수사한 뒤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C 교수는 지난해 자녀 결혼식을 치르며 학생을 주차관리 인력으로 동원하려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문제가 제기됐고, 자신이 출연하는 유료 공연을 학생이 관람토록 하고 감상문을 제출케 하는 등 끊임없이 ‘갑질’ 논란을 일으켰다. 학교 측은 C 교수의 갑질 행태가 국민신문고에 접수되고 경찰이 조사에 착수하자 최근 직위해제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무용교수#입건#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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