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전문기자의 청계단상]일자리 많은 기업, 고용 많이 늘린 기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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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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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전문기자
김상철 전문기자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새 내각의 면면과 100대 국정과제 선정 과정 등을 통해 이전 정부와 어떻게 다를지 조금씩 예고했다. 국정 운영이 이명박 박근혜 보수정권 때와는 상당히 달라지겠다는 느낌이 언뜻 들었다. 그게 생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최근 발표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는 정권 교체를 실감할 수 있는 경제 분야 정책 기조가 담겨 있다. 경제 성장은 소득 주도로, 경제 체질은 일자리 위주로 전환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가계를 중심축으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복원해 저성장과 양극화를 동시에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일자리를 대기업보다 많이 만드는 중소기업을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세금으로 걷는 것보다 정부 돈을 푸는 재정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물가 상승을 반영한 성장률)보다 높게 유지하기로 했다.

새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가계소득 증대로 한국 경제의 난제인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를 풀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분배를 개선해 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으로 역대 정부의 ‘선(先)성장, 후(後)분배’와는 정반대 기조다. 이는 대기업과 수출을 중심에 놓고 양적 성장에 치중했던 기존 경제 패러다임과 단절하겠다는 선언이다. ‘한강의 기적’ 토대가 된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세운 이후 50여 년 만에 경제 중심축을 기업에서 가계로 바꾸는 가히 혁명적 사건이다. 경제 분야에서도 작은 변화가 아니라 적폐 청산하듯 근본부터 송두리째 뜯어 고치는 대변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새 정부 경제정책, 이른바 ‘J(제이)노믹스’는 5000만 국민이 타고 있는 대한민국호(號)가 나아갈 항로를 180도 수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 항로로 목적지를 향해 가는 초유의 경제 실험이 시작됐다. 한편으론 경제 현안이지만 못 풀고 있는 저성장과 양극화 해법이라니 기대가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돼 있고 나라의 미래가 달린 일이라 걱정도 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경제사(經濟史)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새 모델인 만큼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이고도 화살이 과녁을 빗나가듯 예상했던 성과를 못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의 대전환은 공론화에 나선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보다 더 중차대한 사안인데도 이를 놓고 정부와 국회, 또 여야가 치열하게 토론하는 모습을 찾기 어렵다. 100대 국정과제 수행에 5년간 필요한 178조 원의 일부 재원을 조달하기 위한 소득세와 법인세 증세 방안을 두고 여야가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부와 여당은 현 경제 상황을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시장 실패로 보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고 세제 혜택을 줘도 대기업이 곳간만 채우고 고용을 늘리지 않아 취업난이 심해지고 가계는 부채에 시달리는 것을 그 증거로 제시한다.

과연 대기업은 고용에서 제 역할을 안 하고 있을까. 일자리가 많은 기업, 고용을 많이 늘린 기업이 궁금해 한국거래소의 도움을 받아 12월 결산 상장기업의 최근 10년(2006∼16년)간 고용 추이를 살펴봤다. 일자리가 가장 많은 기업은 삼성전자로 직원 수는 9만3200명이나 됐다. 현대자동차(6만517명) LG전자(3만7909명) 기아자동차(3만4102명) LG디스플레이(3만2118명)가 2∼5위였다. 이들 기업의 직원 평균 연봉도 1억700만(삼성전자)∼6700만 원(LG디스플레이)으로 최상위급이다. 이어 이마트(2만7973명) 롯데쇼핑(2만6357명) KT(2만3575명) 현대중공업(2만3077명) SK하이닉스(2만254명)가 6∼10위였다.

10년 사이 고용을 가장 많이 늘린 기업은 롯데쇼핑으로 비정규직인 할인점 단시간근로자 9236명을 포함해 직원이 1만7953명 늘었다. 이어 LG디스플레이(1만5598명) 이마트(1만3722명) 현대자동차(1만2806명) 삼성전자(7387명) SK하이닉스(7131명) LG전자(6708명) 순이었다. 일자리 상위기업 중 KT(―1만3939명) 국민은행(―4232명) 현대중공업(―2321명) 포스코(―939명)의 직원 수는 줄었다.

이번 조사를 통해 투자가 늘면 고용이 증가한다는 공식이 아직 유효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대기업의 고용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보다 낮아 정부의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지만 일자리를 늘리지 않는다는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대기업은 공과가 함께 있는 만큼 허물만 보지 말고 일자리와 가계소득을 늘리는 새 성장 모델의 파트너로 삼으면 좋겠다.

김상철 전문기자 sckim007@donga.com
#문재인 정부#일자리#가계소득#j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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