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기 놓치면 안돼”… 공장 신축 속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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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청주 신공장 건설현장
2019년 하강국면 돌입 전망 나오자… 완공시기 내년말로 반년 앞당겨
밤 11시까지 2교대 작업 구슬땀

8일 밤 촬영한 충북 청주시 테크노폴리스 부지 내 SK하이닉스 신규 공장 건설 현장. 어두운 주변과 달리 공사 현장에 조명이 환하다. SK하이닉스 제공
8일 밤 촬영한 충북 청주시 테크노폴리스 부지 내 SK하이닉스 신규 공장 건설 현장. 어두운 주변과 달리 공사 현장에 조명이 환하다. SK하이닉스 제공
멀리 보이는 공사장 펜스 위로 수많은 크레인이 삐죽이 솟아 있었다. 사방을 둘러싼 조명은 야구장 야간 경기 때 쓰는 것과 비슷한 모양이다. 조명을 받은 공사장의 빛이 주변으로 뿌옇게 퍼져나갔다. 주변은 캄캄한데 이곳만 대낮처럼 환했다.

8일 오후 8시 반경 충북 청주시 테크노폴리스 부지 내 SK하이닉스 반도체 신규 공장 건설 현장을 찾았다. 이곳은 지난해 12월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2조2000억 원을 들여 새로 공장을 짓겠다고 밝힌 곳이다. 설계와 기초 작업을 끝내고 최근 본격적으로 공사에 돌입했는데, 오후 10∼11시까지 야간작업을 하며 ‘속도전’을 펴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초장기 호황)이 끝나기 전에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완공 시기를 당초 계획했던 2019년 상반기에서 2018년 4분기(10∼12월)로 앞당겼기 때문이다. 또 최근 장마로 일부 작업이 미뤄진 것도 야간작업이 필요한 이유다.

현장에 다가가자 밤이지만 더운 날씨에 바쁘게 오가는 인부들의 머리와 형광색 작업복이 땀에 젖은 것이 보였다. 공사 현장 관계자는 “오후 5시에 주간조와 교대가 이뤄져 지금 한창 작업할 때”라며 “보통 주간에는 1500여 명, 야간에는 300∼500여 명이 작업한다”고 말했다.

공사 현장 정문. ‘M15 Ph1 Project GATE 1’이라고 적힌 정문 옆에 SK건설의 로고가 붙어 있었다. M15는 SK하이닉스 공장에 순번을 붙인 이름으로 M은 ‘메모리(반도체)’ 또는 ‘매뉴팩처링(제조)’을 뜻하고, Ph1은 1단계를 뜻한다. 정문으로는 쉴 새 없이 자재를 실은 화물차와 ‘SK E&C(건설)’ 로고가 붙은 승용차 등이 들락날락했다. 지게차에 실린 노란 상자에는 ‘FAB’라고 쓰여 있었다. FAB는 반도체 공장을 뜻한다.

SK하이닉스는 청주 공장뿐 아니라 중국 우시(無錫)에 짓고 있는 공장도 완공 시기를 앞당겼다. 호황이 끝나기 전 양산을 시작해야 투자비를 빨리 회수하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SK하이닉스 실적 발표에서 이명영 재무기획본부장(전무)은 “공정 효율화만으로는 급증하는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어 설비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슈퍼사이클이 2020년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최근에는 하강 국면이 2019년 또는 더 빨리 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속속 나온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부터 반도체 설비투자액이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는 총 777억9450만 달러(약 87조5966억 원)로 지난해보다 10.2% 증가하겠지만 내년에는 0.5% 줄어들고 2019년에는 추가로 7.3% 줄어든 718억1040만 달러에 그친다는 것이다. 다카시 오가와 가트너 연구담당 부대표는 “주요 전자제품의 수요가 예상보다 저조하다면 세계 반도체 설비투자 감소가 더 빨리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로서는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올해 7조 원으로 계획했던 시설투자액을 최근 9조6000억 원으로 37% 늘려 잡으며 메모리반도체 시장 호황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청주=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하이닉스#공장#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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