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승부처’에 선 롯데, 가을야구의 꿈은 가능할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10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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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마라톤에서 35㎞ 구간을 ‘벽’이라고 칭한다. 마라토너에게 죽을 만치 격렬하게 힘든 지점이다. 이곳을 주파하며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를 체감할 수 있다. 고통을 초월한 쾌감을 일컫는다.

롯데가 2017시즌 ‘승부처’의 초입에 들어섰다. 향후 15경기 안에 롯데의 운명이 가려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탈진 상태에 가깝지만 이 시간부터 모든 것을 쥐어짜내야 5강이라는 ‘러너스 하이’를 느낄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과연 롯데는 2012년 이후 4년 동안 못했던 가을야구를 부산 팬들에게 선사할 수 있을까.

● 완전체

롯데의 여건은 LG, 넥센, SK 등 4~5위 경쟁팀에 비해 불리하다. 일단 현재 순위가 처져 있다. 이 팀들에 비해 객관적 전력 자체가 떨어지고, 백업 자원은 빈약하다. 8~9월 2연전 체제에서 이동거리 부담도 세다. 그러나 롯데는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고 있다. 버티는 저력이 이 팀 안에 있는 것이다.

현재 롯데 전력은 ‘완전체’다. 있을 선수들이 다 갖춰져 있다. 브룩스 레일리가 후반기 에이스 모드로 돌아왔다. 돌아온 조쉬 린드블럼은 제 1선발 역할을 자각하고 있다. 송승준은 베테랑의 구위를 되찾았다. 박세웅은 KBO 톱 우완선발로 성장 중이다. 그리고 영건 김원중까지 5선발 구색이 갖춰졌다. 불펜은 조정훈~손승락의 필승 계투진이 만들어졌다. 박진형은 8일까지 후반기 방어율 0이다. 배장호도 연투 등 궂은일을 해주고 있다. 마운드만 놓고 보면 롯데 팀 역사상 가장 짜임새가 좋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타선은 이대호를 중심으로 손아섭, 전준우, 강민호 등이 건재하다. 최준석이 슬럼프를 딛고 가세했다. 외국인타자 앤디 번즈까지 부상자 없이 기능하고 있다.

롯데 린드블럼-박세웅-조정훈-손승락(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린드블럼-박세웅-조정훈-손승락(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지원군

8일 kt전 승리로 승률 5할을 탈환했어도 롯데의 갈 길은 멀다. 넥센, LG, SK와 똑같이 이기거나 지면 이 팀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 남은 한 경기 한 경기가 롯데에게는 절박하다.

2군에서 롯데를 도울 마지막 지원군이 채비를 마치고 있다. 베테랑 불펜 정대현의 복귀 시점이 임박했다. 또 윤길현도 생각보다 어깨 부상에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조만간 1군 컴백이 예상된다. 장시환까지 자기 구위를 되찾으면 롯데 불펜진의 옵션은 이상적이 된다.

2연전 기간, 롯데의 이동거리는 3400㎞ 이상으로 가장 길다. 가장 적게 움직이는 kt의 2배에 달한다. 체력과 동선의 부담이 겹쳐있다. 온갖 악재 속에서도 롯데는 5강 레이스에서 아직 생존 상태다. 2017시즌이 끝나면 강민호, 손아섭 등이 프리에이전트(FA)로 풀린다. 조원우 감독의 계약기간도 끝난다. 롯데가 가을야구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 지금 이 순간임을 실감하고 있다. ‘마음이 뭉치면 산(山)도 움직인다’고 했다. 롯데가 드라마를 쓸 수 있을까.

롯데 정대현-윤길현(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롯데 정대현-윤길현(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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