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김덕중]‘갑질’ 단어, 적절치 않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갑질’이란 단어는 아무리 봐도 저속하고, 부적절해 보인다. 이제 당국에서까지 갑질을 범죄의 한 유형으로 공인하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일이라고 본다. 우선 ‘질’이란 접미어가 욕설에 가까운 천박한 말인 점에 유의해야 한다.
‘갑’이란 접두어도 적절치 않다. ‘갑을 관계’에서 따온 듯한데 이 어휘 자체가 전근대적·비민주적인 것으로 폐기돼야 할 때가 되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사람 간의 상하·주종 관계는 인정되지 않는다.
이제는 ‘갑질’을 ‘강자 횡포’나 ‘약자 박해’쯤으로 바꿔 부르면 어떨까. 가령 종근당 사주가 운전사에게 무시로 욕설을 내뱉고, 교통법규를 무시하도록 강요한 것도 ‘갑질’이라고 하기보다 더 적확하게 폭행모욕죄를 범한 걸로 보도하는 게 옳다고 본다. 정의라는 이름하에 처벌 분위기로 변환시키는 것도 결국 득이 못 된다. 되레 욕속부달(欲速不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 염려된다.
 
김덕중 한국정치문화연구원 회장·전 가천대 객원교수
#갑질#약자 박해#저속한 단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