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올빼미 버스’ 키예프서도 달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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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CT 융합시스템 개도국 전파
통신 빅데이터 활용 이동수요 예측… 내년 키예프서 심야버스 운행 계획
인니 반둥엔 교통카드 시스템 자문… 스리랑카 콜롬보는 탈세방지 관심

6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 빅데이터캠퍼스에서 열린 교통정책 워크숍에 참석한 우크라이나 키예프시 공무원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서울의 교통, 상하수도, 징세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개발도상국이 늘고 있다. 세계은행 한국사무소 제공
6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 빅데이터캠퍼스에서 열린 교통정책 워크숍에 참석한 우크라이나 키예프시 공무원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서울의 교통, 상하수도, 징세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개발도상국이 늘고 있다. 세계은행 한국사무소 제공
심야버스나 세금 징수 시스템처럼 우리에게는 일상이지만 다른 나라에는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는 것들이 있다. 버스가 끊긴 한밤중에 시민을 태워 나르는 서울시 ‘올빼미 버스(N버스)’를 우크라이나 키예프시가 도입한다. 8일 서울시는 12월 타당성 조사가 완료되면 내년부터 키예프시에 올빼미버스와 유사한 심야버스 제도가 도입된다고 밝혔다.

2013년 도입한 올빼미버스는 시내버스가 끊긴 이후부터 오전 2, 3시까지 20∼30분 간격으로 상계∼송파, 우이∼사당, 강동∼서울역 등 시내 9개 노선에서 운행되고 있다. 그전까지만 해도 시민들은 택시를 잡거나 새벽 첫 버스가 다닐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키예프시가 밤중과 새벽에 버스가 다닌다는 사실에만 매혹돼 올빼미버스를 도입하려는 것은 아니다. 올빼미버스 노선을 만들어낸 첨단 방식에도 매력을 느꼈다.

과거에 버스 노선을 만들 때는 시민들을 대면하거나 서면으로 수요조사를 했다. 그러나 정확한 수요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더욱이 버스가 다니지 않는 심야에 사람들이 어느 노선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올빼미버스를 도입할 때 서울시와 KT는 휴대전화와 통신 기지국 사이에 쌓인 시그널 정보라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가장 필요한 이동경로를 추출했다. 쓰지 않을 때에도 휴대전화와 기지국은 통신이 잘 연결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신호를 주고받는다. 이를 통해 휴대전화를 보유한 사람들이 밤늦게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정보통신기술(ICT) 빅데이터로 서울시는 어느 노선에 올빼미버스를 배치해야 하는지 후보군을 좁힐 수 있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해 서울에서 세계은행이 개최한 ‘2016년 빅데이터 지식공유 콘퍼런스’에서 소개됐다. 이를 접한 키예프시가 서울시에 요청해 올 6월 두 도시의 지식공유 워크숍이 열렸다. ICT 빅데이터 방식으로 노선의 효율성과 만족도를 모두 높일 수 있었다는 점이 관심을 받았다. 세계은행 한국사무소 관계자는 “혁신적 접근법을 통한 공공정책 시행 사례를 도입하려는 개발도상국의 수요가 늘고 있다”며 “서울시의 ICT 융합 사례는 더욱 전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반둥시도 2015년부터 교통카드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서울시에 자문하고 있다. 카드로 교통요금을 지불하고 다른 대중교통 수단으로 환승하는 시스템이 벤치마킹의 대상이다.

개도국 도시는 ICT를 활용한 세금 징수에도 관심을 보인다. 탈세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스리랑카 콜롬보시는 부동산 공간정보 시스템을 지도에 넣어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서울시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재산세를 정확히 부과해 세원을 더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 같은 정책 수출은 국가나 시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든다. 더 나아가 개도국 도시에 정책이 정착돼 시행되면 ICT 조달 사업에서도 다른 나라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외국 도시가 사용하게 될 스마트카드나 교통관제지원 시스템 등에 들어가는 기술의 수출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올빼미 버스#우크라이나#키예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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