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병중심, 불구에 가깝다”던 문재인 대통령… 軍개혁 본격 메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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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첫 대장 인사]미군 의존도 큰 해-공군 강화 의지… 전작권 조기 환수 염두에 둔듯
육군 군사령관 3명중 2명 非육사… 박지만 동기 육사 37기 ‘무관’ 퇴진

북한의 추가 도발 위협으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8일 파격적인 국방개혁의 신호탄을 올렸다. 취임 후 처음 단행한 군 수뇌부 인사에서 비(非)육군사관학교 출신을 중용하면서 북핵·미사일에 대응하는 자주국방력 강화를 본격화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세대교체’를 통해 이른바 ‘군대 내 적폐’를 청산하고 지속 가능한 국방개혁의 동력을 확보하려는 강한 의지를 담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북핵 대응 위해 해·공군 첨단전략 강화


문 대통령은 이날 단행한 장성 인사에서 8명의 대장 중 7명을 대폭 물갈이했다. 특히 합동참모본부 의장에 24년 만에 공군사관학교 출신인 정경두 현 공군참모총장을 내정한 것이 핵심이다. 국방부 장관과 함께 군의 ‘빅2’로 꼽히는 합참의장에 육사 출신을 배제하면서 국방부가 ‘육방부’, 합참이 ‘육참’으로 불리던 육군 독식 시대를 종식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와 북한의 반발로 안보 위기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파격 군 인사를 단행한 것은 국방개혁의 속도를 높이려는 의중을 담은 것이라는 평가다. 북핵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체계(KMPR) 등 ‘3축 체계’를 조기 구축하기 위해 육군의 재래식 전력 중심의 군 구조를 수술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사일 탄두 중량 확대에 이어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언급하는 등 북한을 겨냥한 국방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해·공군 강화는 문 대통령의 공약인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을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지상군에 비해 해상과 공중 첨단전력에서 미군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올 2월 펴낸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우리 군이 독립적이지 못하고 미군에 의존하기 때문”이라며 “공군도, 해군도 미군에 의존하다 보니 보병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현대전에서는 불구에 가깝다”고 밝히기도 했다.

육사 출신 배제는 노무현 정부 시절을 반면교사로 삼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와 여권에선 노 전 대통령의 국방개혁 실패의 원인으로 취임 후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으로 육사 출신을 중용한 것을 꼽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 육사 주류 물갈이로 국방개혁 본격화

육군 수뇌부 인사에서는 기수 파괴가 두드러졌다. 육군참모총장엔 현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인 김용우 중장(육사 39기)이 임명됐다. 전임 장준규 총장(육사 36기)보다 3기수 아래인 김 총장을 임명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의 동기 기수인 육사 37기와 한 기수 아래인 38기는 참모총장과 합참의장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무관의 기수’로 퇴진하게 됐다.

육군 군사령관 인사에서도 비육사 출신이 약진했다. 과거 군사령관 3명 가운데 학군단이나 3사관학교 출신은 많아야 1명 정도였지만 이번 인사로 비육사 출신 2명이 야전 및 작전 사령관을 맡게 됐다.

다만 청와대는 비육사 출신 육군총장 발탁 카드를 접으면서 안정적인 국방개혁을 고려했다는 평가다. 이번 인사를 출신지별로 보면 충청 지역이 3명으로 가장 많고 경남 2명, 경북 1명, 전남 1명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파격적인 인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군 안팎에서는 최근 육사 37기인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 부부의 공관병 대상 ‘갑질 의혹’이 대대적으로 불거진 것이 이번 인사를 앞둔 포석 아니냐는 음모론과 함께 육군 일각의 반발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박 사령관이 군 검찰에 출두하는 날 대장 인사가 발표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방개혁을 위해선 육군 중심의 군 조직 문화 쇄신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라며 “다만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육군의 사기도 고려한 인사”라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손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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