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성공위해선 청소도 괜찮아”… 폭염도 못말리는 실버들의 열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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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겨울올림픽 6개월 앞으로
올림픽을 준비하는 사람들

“평창올림픽 주인공은 나야 나”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을 반년 앞두고 대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의 2018 평창 빌리지가 20일까지 운영된다. 8일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마스코트 수호랑, 반다비 
사이에서 하늘을 향해 껑충 뛰어오르며 ‘점프샷’을 찍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평창올림픽 주인공은 나야 나”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을 반년 앞두고 대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의 2018 평창 빌리지가 20일까지 운영된다. 8일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마스코트 수호랑, 반다비 사이에서 하늘을 향해 껑충 뛰어오르며 ‘점프샷’을 찍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이청학 씨(63)는 새벽부터 일어나 부지런히 외출 채비를 마쳤다. 집이 있는 강원 강릉에서 서울에 오후 1시까지 도착하려면 바삐 움직여야 했다. 아침밥을 먹자마자 강릉고속터미널로 가 서울행 버스표를 끊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1시간을 더 달렸다. 점심도 대충 때우고 목적지에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이 씨가 무더위를 뚫고 먼 길을 나선 건 평창 겨울올림픽 자원봉사 교육을 받기 위해서다. 강릉에서 열린 2차 교육 시기를 놓친 그는 직접 담당 부서로 연락했고 지난달 11일 서울 마포구청에서의 교육 기회를 잡았다. 40년 동안 교직에 몸담았던 이 씨는 “이렇게 큰 국가적 행사에 힘을 보태고 싶었다. 통역이나 의료는 전문성이 있어야 하지만 교직 경험이 있으니 일반 운영에서는 나름의 할 일이 있을 것 같았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환경미화라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덧 평창 올림픽이 반년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2월 9일 대회 개막을 앞두고 아직 국민적인 관심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자원봉사의 열기는 일찌감치 달아올랐다. 자원봉사 자격을 얻는 과정부터가 치열했다. 2016년 7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의 봉사자 모집 기간에 9만1656명이 신청서류를 냈고 올 1∼2월 면접을 거쳐 총 2만3800명의 봉사자가 선발됐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 협력사업부 이기백 부장은 “신청 기간이 끝난 뒤에도 자원봉사에 지원할 수 없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휴가까지 나와서 면접을 본 군인도,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 친척도, 서울 올림픽에서 봉사한 부모님에 이어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고 싶다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4 대 1이 넘는 경쟁에서 살아남은 예비 자원봉사자들은 올봄 1차 교육(4∼5월)에서 평창 올림픽·패럴림픽과 관련된 자원봉사활동 내용, 자원봉사자의 매너와 글로벌 감수성 등을 배웠다. 6월에 시작돼 7월 말로 마감된 2차 교육에서는 평창 올림픽 경기 종목, 안전 관리, 양성평등과 관련된 내용을 배웠다.

20대 손자뻘 동기들과 2차 교육을 마친 김기훈 씨(68)는 2015 프레지던츠컵이 열릴 때도 직장에 일주일 휴가까지 내고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다. 김 씨는 당시 골프를 좋아하는 이들만 경기를 즐기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다고 했다. 그랬던 김 씨는 “평창 올림픽은 더 많은 사람이 모두 즐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올림픽에 비해 패럴림픽 자원봉사 지원자가 모자란다고 하더라. 그래서 패럴림픽 봉사만 하기로 바꿨다. 주어진 시간과 능력 안에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 자원봉사자 중 60대 이상은 10%가 안 된다. 봉사자들은 눈과 얼음 위 추위를 견뎌야 하고 좁은 숙소에서 여럿이 합숙을 해야 하기 때문에 건강을 고려해서라도 고령의 봉사자를 많이 뽑을 수는 없다. 자원봉사 면접에서 ‘추위를 잘 견딜 수 있느냐’가 필수 질문이었던 이유다. 하지만 실버 지원자들은 “평소에 스키 타는 것을 즐긴다” “집에 기능 좋은 방한복이 있다”며 나이가 무색할 만큼의 열정을 드러냈다.

평창 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특급 도우미인 예비 자원봉사자들은 10월 숙박, 교통, 의전 등 17개 분야에 걸친 직무 배치에 들어가 결전의 그날을 대비한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오승은 인턴기자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평창#올림픽#실버#폭염#자원봉사자#반다비#수호랑#패럴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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