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경제 경고음… 기업이 날고뛰게 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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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어제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을 통해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견고하지 않다”고 밝혔다. 수출 및 설비투자 증가 덕분에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광공업 생산 감소, 서비스업 고용 둔화, 소비자물가 상승 요인을 감안하면 경제가 크게 반등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같은 날 한국은행도 기업과 가계가 활력을 잃으면서 10년 전과 비교한 우리 경제의 역동성(경기변동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작년 4분기 이후 경기 개선 추세가 꺾이는 중이라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6일 발표에 이어 정부와 중앙은행이 한목소리로 경고음을 울린 것이다.

정부가 11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해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예정보다 2%포인트 높은 3%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한 게 불과 2주 전이다.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소비자심리지수도 6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는 등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감과 재정 효과에도 불구하고 생산과 소비, 투자와 고용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기업의 실적 호조는 반도체 산업이 슈퍼사이클에 진입하면서 삼성전자 등이 수출에서 얻은 반사이익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분기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71.6%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인 것이 한국 제조업의 현주소다. 더구나 최저임금 급등과 돈줄을 바짝 죈 부동산대책으로 서비스업 생산이나 건설투자 개선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생산 부진과 일자리 부족은 대증요법으로 해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뼈대를 바꿔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다. 세계는 지금 택시를 부르거나 방을 빌리고 엔진 부품을 설계하는 모든 번거로운 과정을 우버, 에어비앤비, 제너럴일렉트릭의 혁신으로 간단히 처리하는 초연결 사회로 들어섰다. 이 흐름에 올라타야 생산 투자 고용 소비를 제대로 늘릴 수 있다. 한국은 1998년 외환위기 때 강제적 구조조정 이후 신산업 분야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지 못한 상태다.

한국 경제의 활력을 살리려면 기업이 날고뛰게 하는 수밖에 없다. 제조업과 경쟁력은 민간에서 나온다. 중소기업 영세기업도 구조적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큰 그림의 경제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세계 100대 벤처창업기업 중 57개는 한국에 있었다면 각종 규제에 발목 잡혀 시작도 못 했을 것이라는 게 맥킨지코리아의 분석이다. 이 상태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누구나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수 있게 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제한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기획재정부#일자리 부족#신산업 분야 키우기#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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