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치킨 매장 ‘엇갈린 운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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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주도했던 피자 프랜차이즈,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밀려나
매장 속속 폐점… 배달음식 전환
치킨업계는 ‘치맥’으로 급성장… 식당-카페형 매장 우후죽순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미스터피자 명동 1호점에 ‘영업 종료’ 현수막이 붙었다. 미스터피자 출범 초기인 1993년부터 명동 한복판을 지켜온 지 24년 만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미스터피자는 한때 명동에만 3곳의 매장을 운영했지만 이제 한 곳도 남지 않게 됐다. 미스터피자 관계자는 “임대료에 비해 매장 방문객이 많지 않아 폐점을 결정했다”고 했다.

피자 프랜차이즈들의 식당 형태 매장들이 점차 자취를 감춰 가고 있다. 대신 배달 전문 매장들을 늘려 가는 추세다. 치킨 업계는 반대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 외식을 하는 주요 메뉴로 대접받으면서 ‘배달 음식’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있다.

8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미스터피자의 레스토랑 전용 매장은 2014년 8곳에서 현재 3곳으로 줄었다. 식사와 배달을 병행하는 매장도 같은 기간 386곳에서 290곳으로 감소했다. 1985년 국내 1호점을 연 피자의 대명사 피자헛도 비슷하다. 피자헛 레스토랑 전용 매장은 2014년 24곳이었다. 지난달 31일 부산대점이 문을 닫으면서 현재는 4곳만 운영되고 있다. 식사 및 배달 병행 매장도 같은 기간 111곳에서 69곳으로 쪼그라들었다. 상징적 의미가 있는 피자헛 1호점인 이태원점도 이미 문을 닫은 상태다.

피자 매장들은 1990년대 국내 외식 산업을 이끈 주역 중 하나다. 그러나 이탈리안 푸드 전문 레스토랑이 크게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패스트푸드’ 이미지가 강한 프랜차이즈 피자를 매장에서 직접 먹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피자 업계는 점심시간 직장인을 상대로 피자 무한리필 뷔페 서비스를 하는 등 손님 모시기에 나섰지만 추세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피자를 집이나 직장에서 배달시켜 먹는 문화가 확산한 것도 배경 중 하나다. 미스터피자와 피자헛 배달 전문 매장은 이 기간 각각 22곳에서 52곳, 217곳에서 247곳으로 증가했다.

반면 ‘치맥(치킨+맥주) 문화’를 등에 업은 치킨 업체들의 식당형 매장은 계속 늘고 있다. 교촌치킨의 식사와 배달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병행 매장은 2014년 165곳에서 올해 430곳으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BBQ의 병행 매장도 818곳에서 935곳으로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삼오오 모여서 먹는 치맥 문화 확산이 크게 영향을 줬다. 최근에는 카페 형태의 프리미엄 매장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식사까지 가능한 매장은 배달 전문 매장에 비해 규모가 훨씬 크다. 매장 내 서비스 직원도 뽑아야 한다. 이 때문에 가맹점을 차리기 위한 초기 창업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든다.

치킨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치킨집을 직접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는 데다 주류 등 부가적인 수입이 많아 창업비용이 많이 들어도 레스토랑형 매장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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