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달리는 기차… 재투자 통해 자꾸 확장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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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 M&A 나선 김상철 한컴 회장

▲ 경기 성남시 판교 한컴타워에서 만난 김상철 한글과컴퓨터그룹 회장. 그는 “한컴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다양한 SW 사업군을 갖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성남=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 경기 성남시 판교 한컴타워에서 만난 김상철 한글과컴퓨터그룹 회장. 그는 “한컴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다양한 SW 사업군을 갖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성남=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1990년 설립된 국내 벤처 1세대 기업인 한글과컴퓨터(한컴)는 지난해 창립 이후 처음으로 연간 매출액이 1000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달에는 호흡기, 마스크, 보호복 제조업체인 ‘산청’을 인수해 소프트웨어(SW)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2014년에는 국내 최대 임베디드(하드웨어 내장형) SW 기업인 ‘MDS테크놀로지’를, 2015년에는 국내 1위 모바일 포렌식(스마트폰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술) 기업인 ‘지엠디시스템’과 벨기에의 기업용 PDF 솔루션 기업인 ‘아이텍스트’를 잇달아 인수했다.

이처럼 한컴그룹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주인공은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64)이다. 그는 거침없는 인수합병(M&A)과 사업다각화로 한컴그룹을 종합 SW그룹으로 변모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연매출 400억 원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했던 한컴을 2010년 인수해 지난해 연매출을 1012억 원으로 불렸다. 그룹의 16개 계열사(상장사 4곳)의 매출을 합치면 3500억 원 수준이 된다. 지난달 인수한 산청의 매출을 더하면 올해 말에는 50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7일 공개된 한컴의 2분기(4∼6월) 영업이익은 105억 원으로 분기 이익으로는 처음으로 100억 원을 돌파했다. 김 회장을 지난달 25일 경기 성남시 판교의 한컴타워 집무실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끊임없이 M&A를 하는 이유가 있나.

“경영자가 해서는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회사에 돈 쌓아 놓는 것이다. 돈을 벌면 재투자해서 자꾸 확장해야 한다. 기업은 달리는 기차로 멈추면 안 된다. 기업이 M&A로 확장하는 건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단, 재무건전성이 나쁜 곳은 절대로 인수하지 않는다. 부실기업이 아니면서 해당 분야에서 독보적 시장점유율이나 기술력을 가진 곳을 선호한다.”

 

“경영자가 해선 안되는게 회사에 돈 쌓아두는 일… 헬스케어-교육 두 축으로 SW 생태계 구축할 것” ▼

―인수 7년째인데 한컴그룹의 실적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비결이 있나.


“거대 글로벌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20년 이상 국내 시장점유율 20%를 지켜낸 저력과 오피스 SW 분야에서 축적된 기술 노하우, 우수한 인력을 높이 봤다. 또 실제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전적으로 맡겼다. 나는 한글과컴퓨터라는 독보적 브랜드 파워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SW 생태계 조성에 주력했다. 오피스 SW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외부로 눈을 돌려 인수할 만한 기업들을 열심히 찾았다.”

―지난달 인수한 산청은 하드웨어 기업인데 어떤 시너지를 생각하는가.

“산청은 호흡기, 마스크, 보호복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 경쟁력을 가졌다. 산청에서 만든 장비에 한컴MDS가 보유한 사물인터넷(IoT)과 열화상 감지 기술, 한컴지엠디의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여러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면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세계시장에서 한컴의 오피스 점유율을 5%로 늘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현재 점유율이 0.4% 수준인데 실현 가능하다고 보는가.


“1%를 넘기까지가 가장 힘들다. 1%를 넘는 순간 3∼5%로 넘어가는 건 오히려 쉽다. MS에 반감을 가진 러시아, 중국을 비롯해 한류에 관심 있는 동남아와 남미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지금은 씨앗을 뿌리는 단계로 올해 말을 지나면 가시적 성과가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3년 이내에 1%를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컴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관심 있게 보는 분야가 있나.

“헬스케어와 교육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경기 가평군의 56만 평 부지에 ‘스마트 빌리지’를 짓는데, 이곳에 두 분야를 큰 축으로 한 SW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연구개발센터를 지어 4차 산업혁명 관련 SW 기업이나 헬스케어, 교육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이미 KA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분당차병원, 가천대길병원 등 여러 기관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경영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나.

“나는 신문 마니아다. 동아일보를 비롯해 아침에 신문 5개를 본다. 임원들에게도 신문 읽기를 강조한다. 정치면보다는 경제·국제면과 칼럼을 관심 있게 읽는다. 사람들도 많이 만나지만 사실 사람한테서 감명을 받는 건 어렵다. 사람보다는 신문, 책 같은 간접지식에서 얻는 게 많고 기회가 될 때마다 해외에도 자주 나간다.”
 
성남=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정다은 인턴기자 서강대 국제한국학·커뮤니케이션학과
#김상철#한컴회장#한컴타워#4차 산업혁명#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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