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 전문기자의 MLB Tracker] ‘악의 제국’ 양키스의 고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9일 05시 30분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뉴욕 양키스는 메이저리그를 넘어 미국 프로스포츠를 대표하는 부자구단이다. 7월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전 세계 프로스포츠단의 가치를 평가해 발표한 순위에선 37억달러(약 4조1700억원)로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미국프로풋볼(NFL)의 댈러스 카우보이스(42억달러·약 4조7300억원), 3위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36억9000만달러·약 4조1594억원)였다. 양키스를 제외하고 톱10 안에 든 메이저리그 구단은 없었다.

‘큰 손’ 양키스의 씀씀이는 어마어마했다. ‘돈으로 선수를 싹쓸이하고 우승을 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악의 제국’이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붙은 이유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리빌딩 모드로 돌입하며 지갑을 닫았다. 어색했다. 그런 양키스가 꼭 1년 만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7월말 트레이드 마감을 앞두고 거포 3루수 토드 프래지어, 좌완 선발투수 하이메 가르시아, 불펜 요원 데이비드 로버트슨과 토미 케인리에 이어 오클랜드의 에이스였던 소니 그레이까지 줄줄이 영입했다. 이에 보스턴의 데이브 돔브로스키 단장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보는 것 같다”는 뼈 있는 한마디로 라이벌의 공격적인 움직임을 견제했다.

양키스 캐시먼 단장.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양키스 캐시먼 단장.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아직은 미미한 트레이드 효과

‘메이저리그판 워리어스’라는 비유는 당초 양키스의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이 보스턴을 겨냥한 것이었다. 보스턴이 지난 겨울 좌완 특급 크리스 세일을 영입해 데이비드 프라이스, 릭 포셀로와 함께 강력한 선발진을 구축하자, 캐시먼 단장은 기존의 막강 삼각편대 스티븐 커리-클레이 톰슨-드레이먼드 그린에 ‘득점기계’ 케빈 듀란트까지 더해 철옹성을 구축한 미국프로농구(NBA)의 골든스테이트에 빗대 라이벌의 심기를 자극했다. 불과 1년도 안돼 처지가 뒤바뀐 격인데, 그만큼 올 여름 트레이드시장에서 양키스의 베팅은 과감했다. 통산 28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한 양키스의 갈망을 읽을 수 있다.

공교롭게도 트레이드 마감시한 이후 양키스의 성적은 신통치 않다. 8일까지 7경기에서 3승4패다. 4일 클리블랜드와의 원정경기를 통해 양키스 데뷔전을 치른 그레이는 6이닝 4안타 3볼넷 4실점(2자책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가르시아도 1경기에 선발등판해 4.2이닝 5안타 6실점(5자책점)으로 패전을 떠안았다. 프래지어는 17경기를 치러 타율 0.200에 2홈런 5타점이다.

그 때문일까. 트레이드 마감일까지 0.5경기차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선두를 달리던 양키스는 8일 현재 59승51패로 보스턴(63승49패)에 추월을 허용한 채 2위로 내려앉았다. 다르빗슈 유를 품에 안은 LA 다저스와 함께 양키스를 이번 트레이드시장의 승자로 지목했던 전문가들의 평가가 무색할 지경이다.

물론 아직도 52경기가 남아있다. 양키스가 이적생들을 앞세워 지구 1위를 되찾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한 힘찬 진군을 거듭할 수 있는 길은 여전히 활짝 펼쳐져있다. 트레이드 효과가 기대만큼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향후 얼마든지 ‘진정한 워리어스’가 될 수 있다.

소니 그레이.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소니 그레이.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포수 개리 산체스를 어찌할까?

양키스는 안방마님 개리 산체스(25)의 수비력 때문에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격형 포수답게 타격 성적은 출중하다. 이두박근 통증으로 시즌 초 한 달 가량을 허비했지만, 8일까지 77경기에서 타율 0.265(장타율 0.488)에 17홈런 52타점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수비력이다. 특히 패스트볼이 지나치게 많다. 출장경기수가 적음에도 12개의 패스트볼로 이 부문 1위에 올라있다. 두 자릿수 패스트볼을 기록 중인 포수는 산체스와 야스마니 그란달(11개·다저스)뿐이다. 5일 클리블랜드전에서도 0-1로 뒤진 2회말 산체스가 어이없는 패스트볼로 3루주자 오스틴 잭슨에게 홈을 허용한 끝에 양키스는 2-7로 져 4연패에 빠졌다.

산체스가 이처럼 많은 패스트볼을 범하는 이유로는 근육량 증가에 따른 유연성의 감소가 지목되고 있다. 캐시먼 단장의 진단이다. 지난 겨울 체중을 3~5㎏ 가량 늘리면서 포수에게 필요한 유연성이 줄었다는 것이다. 소속 선수들을 감싸기로 유명한 조 지라디 감독도 최근 이례적으로 패스트볼을 최소화하기 위한 산체스의 노력을 당부했다. 그리고는 6~7일 클리블랜드전에선 백업포수 오스틴 로마인을 선발로 내세워 각각 2-1, 8-1 승리를 챙겼다.

좀더 효과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형편이지만, 시즌 도중이라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는다. 코칭스태프를 비롯한 양키스 관계자들은 산체스가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만큼 스스로 경험을 쌓아 극복해주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개리 산체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개리 산체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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