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가 떴다] ‘태권소년’ 김훈·‘야구소년’ 김민 형제의 유쾌한 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9일 05시 30분


태권도 국가대표 김훈(오른쪽)이 최근 kt가 1차 지명한 친동생 유신고 에이스 김민과 수원에서 만났다. 인터뷰를 위해 도복과 유니폼을 나란히 입은 형제는 종목은 달라도 최정상에 함께 오르자며 정다운 형제애를 과시했다. 수원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태권도 국가대표 김훈(오른쪽)이 최근 kt가 1차 지명한 친동생 유신고 에이스 김민과 수원에서 만났다. 인터뷰를 위해 도복과 유니폼을 나란히 입은 형제는 종목은 달라도 최정상에 함께 오르자며 정다운 형제애를 과시했다. 수원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약속 장소인 경기도 수원의 한 커피 전문점에 먼저 도착한 형 김훈(25·에스원)과 담소를 나누려던 찰나, 유신고의 줄무늬 유니폼을 갖춰 입은 동생 김민(18)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한민국의 국기(國技) 태권도 국가대표인 형 훈, kt의 1차 지명을 받아 프로 무대에 첫발을 내디딜 준비를 마친 동생 민, 둘의 형제애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뜨거웠다. 처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동생과 함께라면 정말 (인터뷰를) 하고 싶은데, 제가 대회를 앞두고 있네요”라며 아쉬워했던 형은 태릉선수촌에서 외출하자마자 한달음에 동생을 만나러 달려왔다. 7살 터울의 ‘태권소년’과 ‘야구소년’ 사이에 어색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둘의 말 마디마디에 서로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있었다.

김훈(태권도)-김민(유신고 야구부) 형제.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김훈(태권도)-김민(유신고 야구부) 형제.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국가대표 형제’의 뜨거운 형제애

기자 : 김훈 선수는 2017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김민 선수는 KBO리그 1차지명이라는 2017년의 중요한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김훈(이하 훈) : “민이가 1차 지명을 받는다는 소식을 일찍 들었어요. 사실 부모님께서 정말 힘들게 민이를 뒷바라지하셨습니다. 다행히 민이가 부모님이 고생하신 것을 알고, 그만큼 더 열심히 노력했어요. 그래서 더 대견스러웠죠. 사실 아쉬웠던 점이 하나 있는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제가 4강에 진출했다면 결선라운드를 치르는 날 민이의 1차지명 발표가 있었거든요. 아쉽게도 제가 8강에서 패해 결선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김민(이하 민) : “형의 경기를 보러 무주에 직접 갔었어요. 1차지명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발표한 시점에 부모님 생각이 더 많이 났어요. 어머니께서 수원까지 오셔서 저만 바라보고 뒷바라지를 하셨죠. 어머니가 가장 먼저 생각났습니다.”

훈 : “본가가 경기도 양평인데, 민이는 수원 유신고에 다녀요. 그래서 민이와 어머니만 유신고 근처에 집을 얻어 살았어요. 주말에 가족이 모였다가 다시 어머니와 민이가 수원으로 내려오는 식이었죠. 어머니께서 정말 많이 고생하셨어요. 아버지께서도 열정적이셨죠. 저는 중학교, 고등학교 때 귀가하면 아버지와 함께 운동장을 뛰기도 했고, 미트도 잡아주셨습니다. 무엇보다 제 경기 영상을 직접 다 찍으셨어요. 요즘은 팀에서 자체적으로 경기 영상을 찍지만, 과거에는 아버지께서 직접 경기 내용을 분석하고 지원해주시기도 했어요. 아버지께서도 여러 운동을 하셨는데, 주로 테니스를 많이 치셨죠.”

기자 : 김민 선수의 kt 1차지명은 국가대표 태권도선수를 키워낸 데 이은 가문의 겹경사였습니다.

훈 : “주위에서 축하를 많이 받았죠. 사실 2년 전만 해도 민이가 이렇게 대단한 선수가 될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웃음). 마운드에서 공 던지는 모습을 직접 보고 ‘잘한다’고만 느꼈거든요. 민이가 청소년대표팀에 뽑히고 난 뒤에는 다시 보게 됐죠.”

민 : “형이 먼저 잘된 덕분에 저도 잘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1차지명 소식을 들은 순간에 정말 기뻤어요. 우리 형처럼 국가대표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그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기자 : 형과 동생이 다른 종목을 택했네요.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했는지 궁금합니다.

훈 : “초등학교 때부터 태권도를 시작했어요. 친구들은 다 체육관을 다니고 있었는데, 저는 부모님 몰래 체육관에 가서 친구들 운동하는 모습을 구경하다가 졸라서 태권도를 시작했어요. 아버님의 권유로 중학교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선수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운동을 안 시켜줄 것 같다고만 생각했어요. 아버님도 “다음에 하자”며 미루시다가 제가 몰래 체육관에 가서 운동하는 걸 아셨죠. 아들의 열정에 두 손 두 발 다 드신 겁니다. 중학교 때까지는 그저 시키는 대로 발차기만 했는데, 손태진(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선배를 보면서 ‘나도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따라 하려 많이 노력했어요.”

민 : “저도 어렸을 때는 태권도를 했는데,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께서 ‘야구를 해보라’고 권하셨죠. 아버지와 캐치볼을 자주 하면서 야구에 대한 관심이 커졌죠. 원래 SK의 팬이었는데, 그 시절 송은범(현 한화) 선수를 보고 투구폼을 따라 했던 기억이 납니다. 힘 들이지 않고 빠른 공을 던지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기자 : 김훈 선수는 야구, 김민 선수는 태권도의 무엇이 매력이라고 느끼나요.

훈 : “프로야구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 자체가 정말 부럽죠. 야구라는 스포츠 자체가 정말 커 보입니다. 태권도는 아마추어 종목이라는 시선이 있지만, 야구는 확실히 대중적이죠. 태권도가 인기종목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해요. 2017 무주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때도 단순히 발을 들고 커트하는 선수보다는 정통 태권도를 하는 선수들이 대표팀에 많이 뽑혔는데, 결과도 좋았어요. 그 덕분에 태권도가 재미있어졌다는 말을 듣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 뿌듯했습니다.”

민 : “태권도는 싸우는 종목이잖아요. 서로 때리고 싸우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어요(웃음).”

기자 : 운동선수라는 교집합이 있습니다. 서로 어떻게 도움을 주고받나요.

훈 : “민이가 항상 자신감 넘치고 배짱 있게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오히려 많이 배웁니다. 만루 상황 등 위기에 몰렸을 때 어떻게 자기 공을 던지고 내려오나 싶을 때가 있죠. 배울 점이 굉장히 많습니다. 저는 민이에게 많이 물어봐요. ‘부담을 느낀다’고 하면, 제가 직접 태권도 심리선생님 또는 다른 선수들에게 물어보고 동생에게 귀띔해주기도 하죠. 물론 제 경험을 토대로 조언해주기도 하고요. 저는 몰래 민이의 멘탈(정신력)을 배웁니다.”

민 : “형은 오랫동안 선수 생활 하면서 이것저것 많이 시도해봤잖아요. 많이 아프고, 부담을 느끼기도 했을 텐데 항상 많이 도와줘서 고마운 마음이 크죠.”

김훈(태권도)-김민(유신고 야구부) 형제.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김훈(태권도)-김민(유신고 야구부) 형제.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형제가 함께 꾸는 꿈, 올림픽 동반 출전

기자 : 운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훈 : “2014인천아시안게임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했을 때였죠. 가족들도 기대를 많이 했는데, 선발전에서 패한 뒤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때 우연히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메시지를 봤는데, 저를 꿈꾸는 선수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내가 여기서 무너지면, 나를 보고 운동하는 어린 선수들의 꿈도 무너진다’고 생각했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운동하면서 지금은 꾸준히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게 됐습니다.”

민 : “올해 비시즌이 가장 힘들었어요. 2016 시즌에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았거든요. 그 기량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는데, 제 욕심이었습니다. 제 장점이 몇 개의 공을 던지든 꾸준히 구속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인데, 너무 욕심을 부렸습니다. 지금은 직구 70%, 슬라이더 30%의 비율로 공을 섞어 던지는데, 이제는 체인지업을 더 연마해서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죠.”

기자 : 국가대표 형제입니다.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던 순간을 떠올려 볼까요.

훈 : “저도 청소년대표부터 시작했습니다. 청소년대표에 선발됐을 때는 부모님께서 ‘그렇게 큰 일이냐’고만 생각하셨죠. 대학 시절에도 ‘시니어대표가 돼야 한다’는 목표만 갖고 뛰었어요. 시니어대표가 됐을 때 부모님께서 정말 기뻐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 눈물을 흘리시기도 했죠. 지금 아버지의 모바일 메신저 프로필은 저와 동생 둘 다 ‘코리아’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진입니다.”

민 : “아버지께서 제 자랑을 하실 때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2016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대만 타이중) 대표팀에 뽑히면서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거든요. 올해는 9월 1일부터 캐나다 선더베이에서 열리는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합니다. 지금 체력이 떨어지는 타이밍이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정말 중요합니다. 많이 뛰면서 체력을 끌어올리고 꼭 우승하고 싶어요.”

기자 : 태권도선수 김훈, 야구선수 김민을 평가해주시죠.

훈 : “제가 야구를 잘 모르지만, 민이를 통해 조금 알게 됐어요. 민이는 포커페이스예요. 저는 동생을 볼 때마다 멋지다고 느껴요. TV 화면으로 보면 더 멋있어요. 실제로도 잘 생겨서 부럽고요. 가끔 제가 야구선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동생은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정말 멋져요.”

민 : “솔직히 형이 이렇게 유명한 선수인 줄은 몰랐습니다(웃음). 작년에 제 친구가 태권도 팬이라고 하면서 우리 형의 이름을 얘기하더군요. 그때 ‘형이 잘 나가는구나’ 생각했어요. 실제로 형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 엄청나게 잘해요. 다른 선수들과 다르더라고요.”

기자 : 각자 분야에서 궁극적인 목표를 말씀해 주세요.

훈 : “민이와 함께 2018자카르타아시안게임에 출전하고 싶다는 소박한 목표가 있습니다. 최종 목표는 2020도쿄올림픽이예요. 형제가 함께 시니어대표팀에 뽑히는 게 가장 큰 소원이죠. 사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때 세계랭킹 6위까지 자동으로 대표팀에 선발될 수 있었습니다. 만약 6위 이내에 진입했다면 (이)대훈이와 겨루기를 통해 올림픽 출전권을 노릴 수 있었지만, 그때 제가 랭킹 8위였어요. 이번에는 체급도 68㎏급에서 80㎏급으로 올렸는데, 그랑프리대회에서 80㎏급 선수들과 붙어보니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제가 68㎏급에서 뛸 때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였어요. 중간에서 조금 큰 정도였죠. 그러다 보니 빨리 지치곤 했습니다. 68㎏급에서 뛸 때는 체중감량도 해야 합니다. 지금 몸무게가 76㎏입니다. 이제는 체중을 늘리면서 웨이트트레이닝을 더 많이 하려고 해요.”

민 : “형과 함께 올림픽에 나가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KBO리그에서 빨리 1군에 진입해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려야 한다는 마음이 강합니다. 중학교 시절 kt가 창단한다는 소식을 듣고 응원하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kt의 1차 지명을 꿈꾸며 열심히 했습니다. 이제는 최선을 다해서 스타플레이어가 돼야죠.”

김훈(태권도)-김민(유신고 야구부) 형제.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김훈(태권도)-김민(유신고 야구부) 형제.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김훈

▲생년월일=1992년 4월4일
▲키·몸무게=189cm·76kg
▲출신교=성남서중∼풍생고∼한체대
▲선수 경력=에스원태권도단(2014년∼)
▲수상 내역=2013푸에블라세계선수권 은메달(68kg급), 2014경주코리아오픈 금메달(74kg급), 2015모스크바그랑프리 금메달(68kg급), 2017모스크바그랑프리 동메달(80kg급)

● 김민

▲생년월일=1999년 4월14일
▲키·몸무게=186cm·88kg
▲출신교=평촌중∼유신고
▲2018 kt 1차지명
▲국가대표 경력=2016타이중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3위), 2017선더베이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표

수원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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