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문재인 대통령,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정부 대표해 가슴깊이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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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8월 8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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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와대 트위터 캡처
사진=청와대 트위터 캡처
청와대는 8일 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들과 면담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정부를 대표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급성 호흡 심부전증으로 14개월 때부터 산소통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열네 살 임성준 군. 계속 바뀌고는 있지만 ‘대통령’이 꿈이라던 성준 군은 문재인 대통령을 보자 공책에 사인을 부탁했다. 동생과 여자친구 여름이의 사인까지 챙기는 성준 군. 여느 또래처럼 야구를 좋아한다는 성준이를 위해 청와대에서 ‘두산베어스’ 선수 피규어 선물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이어 “성준 군의 어머니 권은진 씨는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가습기 살균제 리포트’라는 책을 대통령에게 선물했다”면서 “오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열다섯 분이 청와대를 찾았다. 오늘 문재인 대통령은 임성준 군을 비롯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및 가족들과 면담하고 대통령으로서 정부를 대표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앞서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고를 막기 위해 살생물 물질과 제품에 대한 정부의 사전 승인제를 도입하고, 불법 제품 발견 시 해당 기업에 10억 원 미만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의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끝으로 “오늘 피해자 가족과의 면담에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며 ‘우리 국민이 더 이상 안전 때문에 억울하게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나갈 것’임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이하 문재인 대통령 발언 전문▼

정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오늘 제가 대통령으로서 정부를 대표해서 가슴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네, 여러분, 반갑습니다. 우리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분들의 사연들을 들으면서 늘 가슴 아프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드디어 이렇게 뵙게 됐습니다. 우리 아이, 또 우리 가족의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는데 그것이 거꾸로 아이와 가족의 건강을 해치고 또 목숨을 앗아갔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부모님들이 느꼈을 고통, 그리고 자책감, 억울함이 얼마나 컸을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라고 절규하시는 그런 부모님들 모습을 봤습니다. 정말 가슴 아프게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어떤 위로도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막막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부모님들, 건강을 잃고 힘겨운 삶을 살고 계신 피해자 분들, 함께 고통을 겪고 계신 가족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는 결과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고, 피해가 발생한 후에도 피해 사례들을 빨리 파악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피해자들과 제조기업 간의 개인적인 법리관계라는 이유로 피해자들 구제에 미흡했고, 또 피해자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했습니다.

오늘 제가 대통령으로서 정부를 대표해서 가슴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런 마음으로 환경부가 중심이 돼서 피해자 여러분들 의견을 다시 듣고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대처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책임져야 할 기업이 있는 사고이지만 정부도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할 수 있는 지원을 충실히 해나가겠습니다. 특별구제계정에 일정 부분 정부 예산을 출연해서 피해구제 재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습니다. 법률의 개정이나 제정이 필요한 사안들은 국회에 협력을 요청하겠습니다.

오늘 여러분의 의견을 직접 듣고 앞으로 대책 마련에, 대책 추진에 반영해 나가겠습니다. 다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같은 불행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에 만전을 기하고, 또 우리 국민이 더 이상 안전 때문에 억울하게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나가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여러분께 위로가 되고, 또 희망을 주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자, 오늘 아마 하고 싶은 말씀들이 많으실 텐데, 편하게 우리 정부와 국민들이 그 사정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발언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충분히 말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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