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이 부른다]“메달 색깔을 바꿔라” 폭염보다 더 뜨거운 태극전사 ‘구슬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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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흘린 땀의 양에 따라 메달 색깔이 바뀝니다.”

평창 겨울올림픽은 한겨울인 내년 2월 9일 개막한다. 하지만 대회 결과는 여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여름이야말로 승부처에서 마지막 남은 한 가닥의 힘까지 쏟아부을 체력을 만드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모든 선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도 여름이다. 선수들은 여름철 체력 훈련을 ‘지옥’에 비유한다.

4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월드챔피언십(톱 디비전) 진출의 기적을 일군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5월 15일부터 11주 동안 실시된 ‘엑소스(EXOS)’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이 프로그램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이 근력과 순발력을 기르기 위해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다. 11주의 지옥문을 나선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은 배에 새겨진 선명한 ‘왕(王)’자를 훈장으로 받았다. 김상욱(29·안양 한라)은 “3년째 같은 프로그램을 소화하면서 우리보다 체격이 큰 서양 선수들을 경기가 끝날 때까지 괴롭힐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부터 빙상 훈련에 돌입한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8월에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체코 프라하로 옮겨 다니며 강팀들을 상대로 7차례의 연습경기를 펼치고 있다. 12월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017∼2018 유로아이스하키투어 채널원컵에 출전해 평창 올림픽 본선에 나서는 캐나다(1위), 러시아(2위), 스웨덴(3위), 핀란드(4위), 체코(6위) 등을 상대로 최종 리허설을 치른다.

무더운 여름을 뜨겁게 보내고 있는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역시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실전 모드에 돌입한다. 12일 프랑스 알베르빌로 떠나는 여자 대표팀은 스위스, 프랑스와 평가전을 치른 뒤 미국 미네소타로 이동해 3주간 전지훈련을 실시한다. 미국에서도 NCAA 디비전1 최강으로 꼽히는 미네소타대, 위스콘신대 등과 7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전통적인 메달밭 쇼트트랙 대표팀도 한 명의 낙오자 없이 ‘죽음의 지상(地上)훈련’을 모두 통과했다.

쇼트트랙 선수들은 하루를 가장 먼저 시작한다. 대개 오전 5시 20분부터 스케이트를 타고 지상 훈련은 오후에 한다. 조재범 코치는 “매일 200바퀴 이상의 빙상 훈련으로 스케이팅 감각을 익히며 최대한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트랙,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체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쇼트트랙 대표팀은 지난달 말부터 캐나다 캘거리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해발고도가 1000m가 넘는 캘거리 현지 훈련에서 스피드를 최대한 끌어올릴 계획이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강원 화천에서 사이클 훈련과 육상 트랙 훈련으로 무수한 땀을 흘렸다. 특히 25km를 타는 사이클 훈련은 지옥의 레이스로 악명 높았다. 땀의 양만큼 선수들의 다리에는 힘이 붙었다. 스피드 대표팀 역시 9월 1일부터 캘거리에서 10월 7일까지 전지훈련을 실시한다.

1년 내내 눈 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스키 대표팀 선수들은 5∼7월에는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눈 위를 누빌 몸 만들기에 집중했다. 정들었던 스노보드와 스키는 놓아두고 웨이트 트레이닝장과 육상 트랙에서 훈련에 집중했다. 스노보드 알파인 대표팀 주장 김상겸(28·전남스키협회)은 “인터벌 훈련 때만큼은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 근육들이 다 겨울에 힘으로 나온다. 보드 탈 생각에 힘을 낸다”고 했다.

스키 선수들은 8월에는 겨울이 한창인 남반구로 떠난다. 그중에서도 좋은 기후와 기반시설을 잘 갖추고 있는 뉴질랜드는 가장 인기 있는 나라다. 스키 알파인 대표팀(회전, 대회전)은 뉴질랜드에서 눈을 누비다가 대륙컵 대회에 출전한다. 스노보드 알파인 대표팀과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슬로프스타일 대표팀,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슬로프스타일 대표팀, 크로스컨트리 대표팀도 뉴질랜드에서 9월까지 전지훈련을 실시한다.

알파인 스키 활강 대표팀은 칠레 산티아고로 떠난다.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 대표팀의 전지훈련 장소는 호주 페리셔다. 각각의 종목에서 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곳을 선택했다.

이에 비해 썰매 종목 선수들은 일찌감치 해외 전지훈련을 마치고 8월부터 국내로 들어와 체력 훈련을 하고 있다. 지난달 캘거리로 떠났던 봅슬레이, 스켈레톤 대표팀은 6일부터 평창 알펜시아와 진천선수촌을 오가며 체력을 단련한 뒤 시즌을 앞둔 10월에 다시 해외로 떠난다. 루지 선수들 역시 독일 전지훈련을 일찌감치 마친 뒤 7월부터 11월까지 국내에 머물며 훈련을 하고 있다. 루지 관계자는 “7월부터 국내에서 체력 훈련에 집중한 뒤 11월 말부터 월드컵에 나가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일정을 그에 맞춰서 짰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평창올림픽#평창#겨울올림픽#태극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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