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운전 버스 업주에 업무상 과실치사로 첫 영장 신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경찰 “운전기사 휴식 보장 안해… 경부고속道 참사 부른 공동정범”
오산교통 대표-임원 3명 상대 신청
檢, 업무상과실치사 영장청구 검토

경찰이 경부고속도로에서 7중 추돌 사망사고를 낸 버스업체 오산교통 경영진에 대해 사고 책임이 있다고 보고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졸음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버스운전사 김모 씨(51·구속)뿐만 아니라 김 씨가 안전 운행을 하도록 관리 감독해야 할 의무를 저버린 운수업체에도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9일 발생한 사고로 50대 재봉사 부부가 숨지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 경찰 “휴식 보장 않은 업주도 책임”

서울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대는 3일 오산교통 대표 최모 씨(54)와 전무급 임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수사당국이 운수업체 경영진을 실제 사고 운전사의 공동정범으로 간주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한 사례는 처음이다.

경찰은 지난달 오산교통을 압수수색해 사고 버스의 디지털운행기록계와 근무일지 등을 분석한 결과 회사 측이 김 씨의 무리한 운행을 사실상 종용한 정황을 다수 확보했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운수업체는 버스운전사가 마지막 운행을 마치고 다시 운전하기까지 최소 8시간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오산교통은 김 씨가 6시간 반만 쉬고 다시 운행에 나설 수밖에 없도록 근무표를 짜는 등 휴식 보장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8시간 이상 휴식을 취한 횟수는 사고 몇 달 전부터 현저히 적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3월 오산시가 오산교통 측에 근무 여건 개선을 여러 번 지적했음에도 경영진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산시의 이 같은 조치는 오산교통 운전사들이 “동료 운전사가 과로로 쓰러졌다”며 열악한 근무 환경을 호소한 끝에 이뤄진 것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운수업체의 잘못된 운영 행태가 사고 원인으로 작용했다면 업체 대표에게도 직접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검찰도 최 씨 등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사고와의 연결고리 찾기가 관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는 업무 수행 중 고의가 아니더라도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숨지게 한 경우 과실과 사고 발생 간에 인과관계가 뚜렷할 때 적용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휴식시간을 보장하지 않은 버스업체의 행위가 실제 사고를 야기했다는 가설이 얼마나 탄탄히 입증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지하철 안전문 정비원 사망 사고를 수사한 서울동부지검은 옛 서울메트로 전 사장 이모 씨(53)와 정비업체 대표 등을 기소하며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정비 작업은 ‘2인 1조’로 해야 한다는 안전규정을 알면서도 1명만 투입하는 현장 관행을 방치했다는 이유에서였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사고 선박 회사인 청해진해운의 김한식 대표 등 간부들에게도 같은 혐의가 적용됐다. 법원은 김 대표 등 경영진이 화물 과적과 고박 부실 등 안전관리를 소홀히 해 사고를 일으킨 책임 등을 인정해 금고 2년에서 징역 7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기소된 이준 당시 삼풍그룹 회장(2003년 별세)도 이 혐의 등으로 징역 7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경찰은 최 씨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운전사들에게 차량 수리비를 절반씩 분담시켜 30차례에 걸쳐 약 4000만 원을 내도록 하고, 불법 차량 정비를 한 혐의도 포함시켰다.

권기범 kaki@donga.com·최지선 기자
#업무상 과실치사#졸음운전#버스사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