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현 “건설업, 주택-공공-해외분야 3개의 절벽 마주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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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돌 맞은 건설협회 유주현 회장
“공공발주 감소-해외시장 고전 이어 8·2대책으로 주택시장마저 위축… 건설 일자리 창출-적정임금 위해 SOC 투자 확대-적정공사비 보장을”

유주현 대한건설협회장은 건설업계가 처한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했다. 대한건설협회 제공
유주현 대한건설협회장은 건설업계가 처한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했다. 대한건설협회 제공
“한국 건설업계가 올해 70세 생일을 맞이했지만 주택 공공 해외 전 분야에서 어려운 삼중고(三重苦)에 직면했습니다.”

유주현 대한건설협회장(64)은 3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유 회장은 신한건설 대표이사로 2003년부터 협회 경기도회장을 두 번 지냈다. 올해 3월부터 건설협회와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을 함께 맡고 있다.

국내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모임인 건설협회는 최근 설립 7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잔치 분위기는커녕 우려만 커가고 있다. 공공 부문 발주물량이 감소하고 건설사들이 해외시장에서도 고전하는 가운데 ‘8·2부동산대책’의 영향으로 주택시장마저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유 회장은 “최근 2년간 지속된 주택경기 호황으로 버텨왔는데 이마저 무너진다면 건설사들은 설 곳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크게 위축된 점을 특히 우려했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6월 제출한 내년도 예산편성안에 따르면 SOC 투자액은 18조7000억 원으로 올해(22조1000억 원)보다 15.4% 적다. 유 회장은 “SOC 투자가 1조 원 줄면 일자리가 1만4000여 개 감소하고 경제성장률이 약 0.06%포인트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급격한 SOC 투자 축소는 일자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정부가 SOC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OC가 댐이나 도로를 건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하는 데 필요한 복지공간을 만드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공공공사에서 적정한 공사비가 책정되지 않는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공공공사에 적용되는 낙찰률이 80%대로 낮아 건설사들이 수익을 내기는커녕 원가를 보전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공공공사 외에 기댈 데가 없는 중소 건설사들은 손해를 감수하며 공사를 맡는 경우가 많다.

‘공공공사 적정 공사비 보장’은 그가 임기 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로 추진 중이다. 건설사들이 일자리 창출과 적정 임금 지급 등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선 SOC 투자 확대와 적정 공사비 보장이 우선 돼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사가 수익을 낼 수 있어야 질 좋은 일자리도 만들고 미래를 위한 투자에도 나설 수 있다. 그는 “정부는 사회적 책무만 강조하지 말고 건설사가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회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침체된 건설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길 기대했다. 5년간 총 50조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이 사업을 통해 중소 건설사까지 다양한 참여 기회를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대규모 재원을 재정으로만 부담하기보다 민간자본 참여를 통해 정책 효과를 더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6월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방미를 계기로 KOTRA 워싱턴무역관과 함께 국내 건설사들의 미국 인프라시장 진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장기화된 저유가 등으로 중동지역의 발주가 줄어든 상황에서 (미국 시장은) 해외 진출 다각화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한국 건설업계#유주현#건설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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