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 등 맞불 도발땐… 유엔 ‘원유 제한’ 카드도 꺼낼듯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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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채택 이후]결의 이행 변수 및 시나리오

“100% 만족한다.”

2013년 1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장거리 로켓 발사 도발을 감행한 북한을 겨냥해 만장일치로 대북제재 결의 2087호를 내놓자 당시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렇게 자평했다. 하지만 ‘전례 없이 강력한 제재’라는 국제사회의 흥분과는 달리 북한은 보란 듯 더 강한 도발로 국제사회를 비웃었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에 맞서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71호도 역대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 카드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북한과 국제사회의 다양한 변수에 따라 이번 제재안도 대북 압박 효과를 낳느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①북한의 추가 도발 시=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반발한 김정은이 6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에 나설 경우 이번 결의안은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핵 도발의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중국, 러시아를 통해 북한을 변화시킬 마지막 외교적 레버리지(지렛대)가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이번 결의안에서 빠진 원유 공급 제한 등 평양의 목줄을 죌 수 있는 마지막 카드가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미국이 주도해 원유 수출 제한 등이 포함된 초강력 제재안이 다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백악관에서 대북 ‘예방 전쟁’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군사 옵션 카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며 유엔 결의안을 통한 외교, 경제적 해결 가능성은 낮아질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북한이 당분간은 도발을 멈출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봉현 전 주호주 대사는 “중국은 왕이(王毅) 외교부장 등을 통해 추가 도발 시 치러야 할 ‘비용’을 북한에 충분히 설명했을 것”이라고 했다. 권영세 전 주중 대사는 “북한은 겉으론 미국을 협박하지만 내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생긴 ‘불확실성의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본다”고 관측했다.



②중국이 얼마나 결의안 집행할까=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전날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이행보다는 집행(enforce)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대로 중국의 집행 의지는 이번 결의안의 성공을 가늠할 키다.

일단 미국은 중국의 이행 노력을 지켜본 뒤 만족스럽지 않다면 무역법 슈퍼 301조 적용 등 강도 높은 통상 제재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높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미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모든 기업과 개인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등을 꺼내 들면 북핵 해법은 미중 간의 통상 마찰 등 더욱 복잡한 변수가 끼어들어가는 방정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결의안 집행에 나서더라도 핵 포기를 유도할 수준으로 북한을 압박할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여전하다. 아무리 미국이 각종 통상 카드로 중국을 압박해도 북한이 동아시아에서 중국에 주는 지정학적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③대화론으로 인한 한미 공조 균열도=상대적으로 가능성은 적지만 문재인-트럼프 대통령 간의 대북 대응에 작은 균열이라도 발생할 경우 이는 곧장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집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ICBM 완성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 대화를 놓고 우리 정부가 서두르거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이슈에서 미국과 의견 차가 생기면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입지가 크게 축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럴 경우 국제사회가 대북제재 과정에서 우리만 배제하는 ‘코리아 패싱’을 야기할 수도 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북한#핵실험#대북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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