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끝까지 압박”… 北 “천백배 보복”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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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트럼프와 56분간 통화
“北 못견디게 해 대화 이끌어야… 원유 공급 중단 빠져 아쉬워”
핵잠수함 도입-미사일 증강 공감
北 “한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전화 통화를 하고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를 통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를 이끌어내자는 데 공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도발 후 열흘 만이자, 북한 연간 수출의 3분의 1 수준(10억5000만 달러)을 봉쇄하는 내용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 하루 만에 이뤄진 두 정상의 통화는 56분간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가하는 등 확고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양국이 힘의 우위에 기반한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통해 궁극적으로 북한을 핵 폐기를 위한 협상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자”고 말했다. 또 “결의안에 원유 공급 중단 조치가 빠진 것은 아쉽다”면서 “(압박이) 북한이 견딜 수 없는 순간까지 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핵추진 잠수함 도입도 언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북한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자체 방어력 증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미사일 탄두 중량 확대와 함께 핵추진 잠수함에 대해 언급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대북 방위력 증강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좋다(very good)”며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도 통화를 하고 북핵 폐기를 위한 공동 대응에 합의했다.


하지만 북한은 한미 정상 통화 후 6시간 만에 ‘공화국 정부 성명’을 내고 “우리 국가와 인민을 상대로 저지르고 있는 미국의 극악한 범죄 대가를 천백 배로 결산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국가 핵무력 강화의 길에서 단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단호한 ‘정의의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조만간 6차 핵실험 및 국지적 도발을 예고했다. 필리핀 마닐라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 중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청산 없이는 핵 협상도 없다”며 미국을 맹비난했다. 북한이 유엔 및 국제사회의 제재에 강력 반발하고 나서면서 북핵 해법의 실마리는 잡히지 않고 이른바 ‘8말(末) 9초(初) 위기설’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지금은 북한과 대화를 할 때가 아니다”라면서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올바른 선택을 할 때 대화의 문이 열려 있음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며 이른바 ‘한반도 운전자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의 참상이 일어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는 만큼 궁극적으로는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평화적 외교적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에 대해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를 가하되 선제타격론이나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날 언급한 대북 ‘예방전쟁론’에는 분명히 선을 그은 것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ARF 회의에서 “북한이 대화를 원한다면 미사일 도발을 멈춰야 한다”고 했지만 북한이 대화에 나설 기미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폭스뉴스에서 “북한은 우리가 더는 장난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아야 할 때”라고 경고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마닐라=신나리 기자
#문재인 대통령#트럼프#대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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